공무원과 파킨슨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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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대우

일이 많아서 사람을 더 필요로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이 많아져 일거리가 더 필요해지는 것일까.

공무원 수가 업무량과 관계없이 증가하는 사례를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법칙이 있다.

이른바 파킨슨의 법칙(확장의 추구)이다. 영국의 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한 책에서 유래됐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영국 해군의 주력 함정이 급감했지만 해군본부 인력은 같은 기간 2000명에서 3569명으로 급증한 게 그 사례이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해외 식민지가 감소한 반면 식민청 직원 수는 1935년 372명에서 1954년 1661명으로 증가했다.

파킨슨은 부하배증(部下倍增), 업무배증(業務倍增)의 법칙 때문으로 분석했다. 어쨌든 ‘일은 그것의 완결에 쓸 수 있는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파킨슨의 법칙이 제주 공직사회에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행정계층구조 개편 논의가 진행될 때 행정 비용 절감 및 도민 지원 예산 투자 효과가 부각됐다.

당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4개 시·군을 통합해 단층제로 가는 혁신적 대안이 채택될 경우 연간 경상경비 및 인건비 819억원 절감, 공무원 수 815명 감축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물론 공무원에 대한 인위적인 감축 대신 특별자치도 추진에 따른 신규 사무 인력 배치, 퇴직에 따른 자연 조정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결과는 공무원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제주도 전체 공무원 수는 2006년 초 4809명에서 같은 해 7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5169명으로 늘었다.

심지어 제주도가 공무원 수를 2007년부터 10년간 500명 감축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커녕 되레 늘리는 꼴이 됐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지난 15일 공무원 정원을 241명 증원하고 4개 국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 앞으로 도의회에서 받아들일 경우 총 5835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는 특별자치도 출범 전과 비교하면 1026명 급증한 것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 3급(부이사관) 이상 고위직 비중과 공무원 인건비 비중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실제 제주도 공무원 인건비는 2006년 2615억원에서 올해 본예산 기준 6302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앞으로도 증가 추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제주도는 도민 소통·공직 혁신·공약 실천 의지를 밝히면서 조직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4537건의 중앙 이양사무 수행과 환경·공공시설물 직영, 10년간의 인구·관광객·경제성장률 증가 등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행정 수요가 있으면 부서별로 줄어드는 업무량도 있게 마련이다. 또 신설 또는 비대해지는 공기업과 유관기관과의 업무 영역 조정도 고민해볼 때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커지는 ‘공무원 공화국’에 우려를 표시하는 도민 사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도민들이, 미래세대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면서 공무원을 부양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공무원 1인당 인건비로 9급 신규 채용 후 30년간 근속할 경우 17억3000만~20억6000만원을 추산한 바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협치’는 서로 조직을 늘리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게 아니라 도민의 행복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살림살이 지원에 동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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