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주의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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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국가 정체성 논의와 더불어 소위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물론 미국의 역사가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경험으로 이뤄진 역사이며, 미국의 문화에 관한 한 단일하고 단선적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거의 누구에게나 통용돼 왔던 터다.

게다가 미국은 식민지시대부터 인종적·민족적·문화적으로 다양한 사회였다. 내재되었던 이런 현실이 최근에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시점이 미국 사회의 인구 구성 비율의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미국 문화가 하나의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개별 문화의 집합체라는 인식하에 각 인종·민족·문화집단들 간의 관계 혹은 각 집단과 주류 문화 간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물론 문화적·인종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시각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드센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문화주의를 어떻게 개념 정의할 것인가? 엄밀히 말해 개념정의가 전혀 쉽지 않다. 굳이 한다면, 다문화주의를 ‘한 국가 또는 지역공동체가 언제나 상존했지만 당시의 지배적인 문화의 월등함으로 인하여 무시됐던 다양한 문화 차이를 인식하거나 그 차이를 열린 마음으로 인정하여 포용할 수 있는 감수성을 배양하는 것’ 또는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한 일련의 행위’라 단정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세계 도처에서 난민 문제 등과 더불어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서 우리는 스스로 단군신화를 근거삼아 한민족 운운하는 데 크게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특히 지구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미래 국가 경영차원에서 저출산·고령화사태를 적의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국가적 당위성이 상존했음에도 그렇게 일관해 왔다.

왜냐하면 기성세대의 시각이나 관점에서 벗어나 미래를 책임져 나갈 청·장년세대의 시각이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정상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길을 기성세대가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의 저출산·고령화 수준 또한 매우 심각하다. 다만 관광지 특성상 자영업 등에 청·장년층의 대거 유입으로 다소 통계상 낮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제주미래를 위해서는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말레이시아를 경유하여 제주지역에 당도한 500여 명의 예멘인들이 세계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앞으로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뉴스거리가 되면서 국민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물론 행정이 적기에 관련 법령에 따라 이들에 대하여 온당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 현실은 이 문제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양상이다. 여러 관련 이슈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 결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차제에 이번 예멘사태가 새로운 인구학적 대안을 마련하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공론화의 장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간의 한민족 운운하는 상황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즉, 여태까지 이질적으로 비쳐졌던 다른 민족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그들의 문화가 우리나라 또는 제주도에서 독자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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