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뙈기 땅’
‘한 뙈기 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동수 논설위원

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다면 고색창연한 건물에 달린 다양한 형태의 창문을 봤을 것이다. 세금과 관련이 있다. 영국이 ‘창문세’를 도입한 것은 명예혁명(1688년) 후다.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는데, 부유한 가정일수록 집이 크고, 창문도 많았다. 오늘로 말하면 일종의 부동산세다.

하지만 세금이 부담스러운 것은 그때도 마찬가지다. 나무판자로 창문을 막아버리거나 아예 벽돌을 쌓아 없애 버렸다. 건물 크기보다 창문의 수를 적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자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창문이 없거나, 적다 보니 집안이 음산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주택세가 생기면서 폐지됐다.

프랑스도 프랑스혁명(1789년) 후 창문세를 부과했다. 영국처럼 창문 개수가 아닌 창문 폭에 따라 내도록 했다. 그러자 폭이 좁고 세로로 긴 창문이 유행했다. 오늘날 국내에서도 목격되는 프랑스식 낭만적인 창문은 이런 이유로 생겨났다.

▲‘한 뙈기 땅’은 조그마한 땅을 일컫는다. 제주의 어르신들이 평생의 피와 땀으로 마련한 한 뙈기 땅 때문에 한숨을 쉬고 있다. 공시지가 때문이다. 올해는 2013년 대비 평균 110% 상승했다. 이는 5년 전에 1억원이던 토지의 공시지가가 이제는 2억1000만원에 이르게 됐다는 의미다.

공시가격이 영향을 미치는 곳은 의외로 많다. 공공 분야에서만 61개의 목적으로 쓰인다. 당연히 복지, 교육,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올해 도내에서 기초연금을 새로 신청한 고령자 4396명 가운데 1833명(41.7%)이 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전국 평균 탈락률(25.4%)보다 15%포인트 이상 높다. 이들 중 상당수는 땅 한 뙈기나 집 한 채만을 소유하고 있다. 당사자들로선 “속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은 장학금 수령에서 제외되고 있다. 제주대의 경우 2015년 국가장학금 중 소득이 낮은 학생에게 지원하는 ‘1유형’ 수령액은 138억67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0억8700만원으로 12.9% 줄었다. 대학 측은 “공시가격 급등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한국장학재단에 제주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해 달라고 건의했다.

▲예전에도 가혹한 세금 뒤에는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가렴주구(苛斂誅求)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란 말이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누구는 땅 짚고 헤엄치고, 누구는 땅 잡고 발버둥 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