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에서 일본 열도는 물론 전 세계를 경악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9월 일본 한 병원 말기환자들만 모인 병동에서 88세 노인이 숨졌다. 나흘 후 같은 병동에서 70~80대 노인 3명이 연이어 사망했다. 숨진 노인들의 시신에서는 소독약 성분인 계면활성제가 검출됐다.
경찰은 해당 병동 간호사들의 간호복을 수거, 다량의 계면활성제 성분이 검출된 간호복도 확보했다. 한 간호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강하게 부인하는 바람에 체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범인이 잡혔다. 30대의 해당 병원 간호사가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가 밝힌 범행 동기는 “환자가 사망했을 때 가족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귀찮았다. 내가 없는 동안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였다. 이 간호사는 2016년 7월부터 환자 20여 명의 링거액에 소독약을 섞었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양로원 직원이 밤에 순찰 중 한 노인을 들어 베란다 밖으로 던져 버리는 수법으로 노인 3명을 살해했다. “손이 많이 가는 노인 간호에 스트레스가 쌓여 입소 노인 수를 줄이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연쇄살인은 일본 고령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일본은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간호할 인력은 태부족인 상황이다. 간병범죄도 늘고 있다고 한다.
간병에 지친 가족이 노인을 해치는 간병살인만 1년에 40~50건에 달한다고 한다.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제주사회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들을 돌볼 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말 제주지역 65세 이상 인구는 6만1734명에서 2017년에는 9만3117명으로 제주 전체인구의 14.1%를 차지했다. 2040년에는 26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32.65%를 차지, 제주 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될 전망이다.
특히 65세 이상 중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80세 이상 인구는 2007년 1만1117명에서 2017년에는 2만2564명으로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늘고 있지만 요양원마다 요양보호사가 부족해 요양원 입소가 절실한 노인 100여 명이 1년 넘도록 기다리는 상황이다.
요양보호사의 급여 등 대우가 현실과 맞지 않아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 노인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1만7366명 중 노인 돌봄 활동을 하는 인원은 전체의 12%인 2074명에 머물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대우도 문제지만 제주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로 진행되면서 요양원 등 보호시설 입소가 절실한 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독일 속담에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키울 수 있으나,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과거 농경사회와 달리 맞벌이가 대세인 지금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노인을 가정에서 돌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요양시설 등 건전한 사회적 돌봄 시스템 확충만이 고령화시대의 유일한 대안이다.
연일 찜통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부모님께 안부전화, 수박 한 통 사서 찾아 뵙는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
조문욱, 편집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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