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도내 전역에서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려던 제주특별자치도의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 더불어민주당·제주시 한림읍)는 26일 제363회 임시회 제2차 회의에서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차고지증명제는 2007년 2000㏄ 이상 대형승용차에 이어 지난해부터 1500㏄ 이상 중형승용차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단, 제주시 19개 동(洞)지역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는 새 차를 사거나 동지역으로 이사를 올 경우 집 안에 가로 2.3m·세로 5m의 자기 차고지를 갖춰야만 신규 등록 및 소유권 이전 등록이 가능하다.
조례안은 제주시 19개 동지역에서만 운영되는 이 제도를 내년 1월 1일부터 도 전역에서 실시하며 경차와 전기차도 대상에 포함됐다.
집 담장과 대문을 허물어 차고지를 갖추지 못할 경우 주소지 반경 1㎞ 이내의 토지를 임대하거나 공영주차장을 임차해 마련해야 한다.
안창남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삼양·봉개동)은 “사회초년생들이 새 차를 사면 차고지를 마련하지 못해 부모와 분가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며 “더구나 100m 앞에 주차장이 있어도 내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있는데 차고지를 1㎞까지 완화하는 것은 형식적 운영”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철 위원장은 “차고지증명제는 유신시대 머리나 치마길이를 잣대로 재면서 기준에 맞추도록 강압하는 것”이라며 “차고지를 만들 공간이 없으면 남의 땅을 임대해야 하는 데 지가 상승으로 땅을 빌려줄 사람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성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도2동 을)은 “공영주차장을 우선 확보해 놓고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도정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과거 주차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공동주택의 경우 전입이 안 돼 주택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종합적인 검토를 주문했다.
의원들은 원룸의 경우 가구 당 0.7대의 주차장을 갖춰도 건축허가가 나오는 반면, 차고지증명제는 가구 당 1대 이상을 무조건 요구하는 일방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또 탄소 배출이 없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 203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대신해 37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려는 지원 정책은 차량 감소를 목표로 둔 차고지증명제와 상반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환도위는 도에 주민 주거환경 개선방안과 주민 불편 해소 종합대책이 필요한 차고지증명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며 부결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오정훈 도 교통항공국장은 “차고지증명제는 자가용 차량의 증가를 둔화시키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유도해 교통흐름이 원활해지고, 이면도로의 불법 주·정차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