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담배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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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애연가 하면 오상순 시인이 꼽힌다. 일어나자마자 담뱃불을 댕겨 세수할 때나, 식사할 때나 쉬지 않고 담배연기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하루 20갑 정도를 피웠다고 한다.

심지어 주례를 서면서도 담뱃불을 끄지 않았을 정도다. 덕분에 ‘선운’이라는 호를 버리고 아예 담배꽁초에서 딴 ‘공초’를 택했다고 전해진다.

작가 김동인도 만만치 않다. ‘우중에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줄 것이며, 암중 연초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줄 것’이라 예찬했다. 또 ‘백리(百利)가 있고도 일해(一害)가 발견되지 않는 것이 담배’라며 그걸 멀리하는 사람을 가련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못말리는 애연가들이다. 그들의 일화는 금연운동이 일상화되기 전에나 가능한 전설 같은 얘기다.

▲이제 오상순과 김동인이 찬미하던 담배는 ‘백해무익’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흡연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 휴가철을 맞아 금연 의지를 다시금 불태우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휴가 기간이 금단 증상을 이겨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실제 연말·연초를 제외하면 휴가철 금연 상담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는 게 국립암센터의 설명이다.

금단 증상은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담배를 끊은 후 4~5일간 최고조에 이른 뒤 2주 정도 지나면 상당 부분 완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가 권하는 집중휴가제를 이용하거나 연차휴가더라도 가급적 길게 다녀오는 게 금연 성공 확률을 높이는 비결이다.

▲전문가들은 금연을 시작하면 다시 담배를 물게 하는 ‘HALT’라는 상황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고픔(Hungry), 성냄(Angry), 외로움(Lonely), 피곤함(Tired) 등 네 가지 유형을 말함이다.

식사를 거르지 말고, 화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피하라는 얘기다.

가장 중요한 건 어쩌다 담배 한 개비를 피웠더라도 자포자기해선 안 된다는 거다. 어떤 상황에서 담배를 피우게 됐는지 찬찬히 따져보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흔히들 ‘담배 끊는 독종’과는 같이 놀지 말라는 농담을 했다. 이제라도 애연가들은 그런 소리를 들어 볼 일이다. 그러는 나는 담배를 안 피운지 좀 됐고 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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