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돌아가는 물레방아는 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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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수기작가

내 나이 이제 77.

묵직했던 삶에 무게를 정리하고 고향 제주에 와서 단순한 삶을 시작한 지 어언 11. 내가 원하던 대로 노후에 생활을 검소하고 편안하게 자연과 마주하며 그 많은 세월을 보냈다.

가만히 있는 물은 냄새가 나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을 핑계로 세월이 갈수록 이렇게만 지내도 되나 하는 생각이 꿈틀거린다.

이젠 몸도 예전 같지 않고 건망증에 당황하면서도, 오래 살아야 한다면 다시 정신 차리고 무언가 할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늦은 나이지만 고목에도 꽃이 피고 그늘의 나무도 때가 오면 꽃이 핀다고 내 생활에 활력을 되찾고 무엇을 한다는 보람 있는 일을 만나 행복 하고 싶다. 나는 이제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 하려

고 한다.

2014<동아일보>에 사단 법인 물망초 와 6·25공원 국민운동본부 공동으로 ‘6·25전쟁수기공모 광고가 실렸다.

내가 아홉 살 때 6·25를 맞았기 때문에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내가 본 대로 기억나는 대로 무슨 일이 있었고 우리 식구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한번 써 보기로 했다.

열심히 써서 당선은 말고 참고라도 하라고 마감일보다 일찍 보냈다. 역사는 사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2등을 했다는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 더구나 1등은 미국인 장교 참전용사 였고 3등은 영국인 장교 참전용사 였다.

이들은 90세가 넘어 시상식에도 참석을 못했다. 6·25를 겪은 연령은 80세가 넘어 광고도 못 봤고 글 쓰기도 힘들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이 일을 계기로 조금 용기를 얻어 작년부터 <제주>에 기고를 하기 시작했다.

김길웅 선생님께서 기고문을 보시고 적극 추천하여 주셔서 <한국문인>에 수필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얕고 섣부른 지식은 위험하다고 했는데 막상 멍석을 깔아주시니 겁나고 자신이 없어 진다.

밥도 할 줄 몰랐던 나는 고생 안 시킨다는 말에 속아 결혼을 했고 아들 둘을 낳았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남편과 자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참 억척 같이 살았다.

자존심도 다 버리고 나 자신은 없는것 같이 살았다. 나는 나중에 살아도 되는 것처럼 미루면서.

지금 생각해도 내가 대견하다. 하고자 하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사람의 적응력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 고생이 나를 이만큼 성숙시켜 주었고 지금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고생은 사람을 만들고 안일은 괴물을 만든다고 했고 운명은 용기 있는 자를 사랑한다 했으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산에 올라 갈 때 못 본 아름다운 꽃들이 이제는 어디 있는지 다 내려가기 전에 열심히 찾아 한 잎, 한 잎 잘 엮어 보고 싶다.

나의 이웃도 길어진 노후에 잠자고 있는 자기 능력이나 취미나 하고 싶었던 일을 용기 내어 다시 시작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부지런히 돌아가는 물레방아는 얼지 않고 정신이나 육신은 멈추면 녹이 슨다고 한다.

자신을 늙고 늦은 무능력자로 만들어 잠재우지 마시고 용기를 갖고 활력을 되찾아 보람 있고 건강한 말년이 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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