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Old Boy)
올드보이(Old Boy)
  • 제주일보
  • 승인 201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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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영화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이 2003년에 찍은 영화다.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사설 감금방에 갇혀 있던 주인공 최민식(오대수역)이 자신을 감금한 사람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을 그렸다. 최민식이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올드보이는 동창생을 뜻한다.

하지만 올드보이를 직역하면 ‘나이든 소년’으로 해석된다. 즉 나이는 들었지만,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하는 소년 같은 성인 남자를 가리킨다. 동화에 나오는 피터팬(Peter Pan)처럼 어른의 모습으로 아이의 삶을 사는 이들이 바로 해당된다.

▲OB는 올드보이(Old Boy)의 약자다. 주로 학과나 동아리 졸업생, 선배를 의미한다. 그 반대로 현역인 재학생 또는 후배를 YB(Young Boy)라 한다. 역사가 꽤 오래된 동아리인 경우엔 OB-YB 모임을 연례적으로 갖기도 한다. 현직에서 물러난 퇴직자들 또한 OB에 속한다.

정치권에서도 OB가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6070세대 원로 정치인들이 그들이다. 노정객(老政客)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대개가 수십 년 전 대권 후보나 당 대표, 총리, 부총리, 장관 등으로 정치계와 관료사회를 주름잡았다.

▲여야(與野) 주요 정당들이 새 지도부를 꾸리고 정비하는 데 한창이다. 눈에 띄는 건 10여 년 전 정치권 중심에 있었던 인사들이 당권에 도전하거나 당 대표가 됐다는 점이다. 달리 얘기하면 과거의 인물들이 각 당의 간판으로 재등장하고 있다는 게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이해찬(66)ㆍ김진표(71) 의원이 그 예다. 바른미래당 대표 경선에 나선 손학규 상임고문(71)도 예외는 아니다. 그에 앞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에 선정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64)와 민주평화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65)도 포함된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와 부총리를 맡았거나 청와대 또는 당에서 한자리를 했던 인사들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말이 나도는 배경이다. 지금으로선 노욕(老慾)인지, ‘전설의 복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한데 분명한 건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부정적 시각에도 이들의 쓰임새가 여전하다는 거다. 그만큼 이들을 대체할 젊은 리더십이 부족한 셈이다. 바야흐로 ‘올드보이들의 시대’다. 노마지지(老馬之智ㆍ늙은 말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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