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과 구상의 조화…한국전쟁의 민낯 반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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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미술 걸작전④

김흥수-‘하모니즘미술 창시

한경면 저지리 소재 제주현대미술관 본관 특별전시실에도 김흥수 화백의 기증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화백은 1977년 오랜 실험 끝에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꾀하는 하모니즘미술을 선언해 국내 화단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전시작은 두 여인’. 한쪽은 여인상을 그린 구상화, 다른 한쪽은 기하학적 도형 등으로 구성된 추상화가 대비돼 있다.

구상과 비구상, 한국화와 서양화의 요소를 하나로 융합한 형식을 만들어낸 시점과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전쟁 시기 가족이 남북으로 나위어 총칼을 앞세워 사워야 하는 충격적인 현실을 리얼리즘의 표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이에 따라 추상과 구상의 멋진 조화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회화세계는 모든 예술의 가치가 조화를 추구한다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만익-한국적 소재 개성 있게 구축

한국적인 소재를 화려한 색채와 굵은 윤곽선으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작업 영역을 구축했다.

전시된 작품 가족은 평범한 일상의 인간을 표현하되 그들이 갖는 보편적 인간성을 상징한다.

흰 바지저고리에 중절모를 쓴 아버지, 그 앞에 선 소년 그리고 머리 수건을 쓰고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고 쭈그려 앉은 어머니 모습 등 그가 가족을 그릴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분홍색 꽃이 피어오르고 나뭇가지에 파란 잎이 돋는 장소는 그가 그리워하던 고향의 정경일 것이다.

 

윤중식-한반도 분단의 아픔 표현

평양 출신의 윤중식은 작업 초기에는 강한 색채 대비와 단순한 형태, 굵은 윤곽선과 같은 야수주의 경향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분단국가인 한국의 상황, 실향민들의 아픔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전시된 출어는 구체적인 풍경화에 속한다. 대부분 단순화된 추상적 공간을 그렸다면 출어는 구체적이고 장식적인 화면으로 이뤄졌다.

화면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강과 후면에 자리한 둥근 곡선의 산세는 수평과 수직이 구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통 작가가 불타는 듯 보이는 노을빛을 표현하는 등 난색 계통 색채를 많이 사용했지만 출어에서는 한색 계통을 사용한 작품이다.

 

오지호-자연의 생명력 담아

1938년 발표한 예술론에서 회화는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화한 것이라고 정의 내린 그.

실제로 그의 작품 중에는 꽃이 활짝 핀 과수원이나 녹음이 우거진 여름 숲을 자주 만나게 된다.

생명력이 절정이 도달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작가는 생명력이 위축돼 있는 겨울을 그리지 않았다.

그러나 1960년대 접어들면서 눈 쌓인 겨울풍경이 자주 등장하고 특히 춘설이 내린 풍경은 장쾌한 바다풍경과 함께 1970년대 초반까지 등장한다.

작품 화면 화단에는 빠른 필치로 처리해 질감을 살린 흰 눈을 배치하고 화면 상단에는 거친 필치로 처리한 겨울 갈색 나무들이 배치된다.

표현주의적인 격렬한 터치와 절제된 색채의 효과가 돋보이는 겨울산의 풍경이다.

 

최영림-간결한 선·다양한 색채 사용

간결한 선,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한 화백으로 기억된다.

1970년을 전후해 한국적인 주제를 사용해 전래의 민화와 민중문학의 고전인 장화홍련전’, ‘심청전의 여주인공을 작품 속 여인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1950년대 전쟁의 암울함 속에서 고뇌를 표현한 흑색시기를 구사한 작가는 196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캔버스에 황토의 흙모래를 가져다 붙이며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정착시켰고 상처와 고통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민중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통적인 미의 세계를 해학적인 인물 묘사를 통해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전시작 전설에서 표현된 연꽃에서도 전통성을 느낄 수 있다.

 

김경-현대정신 허망성 고발 추상화

현대정신의 허망성을 고발하고 생명의 강인한 근원을 드러내는 추상적인 작품을 그렸다.

김경은 주로 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소박하고 우직한 존재인 소에 자신을 투영한 것.

전시된 작품 를 살펴보면 대지에 누워있는 소가 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주로 쓰이는 색상은 옐로계열인데 배경은 옅은 노란색으로, 바로 보이는 소의 모습은 짙은 갈색으로, 그 뒤로 언뜻 보이는 소는 옅은 갈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색채가 뚜렷해 짐에 따라 활기, 곧 살려고 하는 의지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는 전쟁후 비극적 상황에서 화가의 생의 의지를 드러내는 선언문과도 같은 작품이다.

 

손응성-사실주의적 풍경화·정물화

사실주의적 풍경화와 정물화를 많이 남겼다. 특히 정물화는 도자기나 고가구, , 과일, 불상 등과 같은 한국적인 소재들을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고서화는 바닥에 펼쳐 놓은 오래된 책을 마치 사진으로 보는 듯 하다.

한자가 선명하게 수록돼 있고 세월의 흔적을 나타내는 푸르스름한 곰팡이와 빛바랜 얼룩들도 뚜렷하게 보인다.

나무로 된 마룻바닥의 칠 자국과 섬세한 틈새마저 흐트러짐 없이 캔버스에 옮겨놓은 듯 하다.

실제보다 더욱 실제처럼 다가오는 고서화는 손은성의 극사실적인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연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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