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나무
제주 삼나무
  • 제주신보
  • 승인 201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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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일본 규슈 남쪽에 있는 야쿠시마(500㎢)는 제주도의 4분의 1 크기의 외딴섬이다.

1993년 이 섬은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1000년 이상 묵은 삼나무 2000여 그루는 자랑거리가 됐다. 일본의 원산인 삼나무는 한자로 ‘杉’(삼나무 삼)이라고 쓰고 ‘스기’라고 읽는다. 수령이 1000년이 넘은 이 섬의 거대한 삼나무는 ‘야쿠스기’라 부른다. 최고의 거목은 7200년을 산 ‘조몬스기’다. ‘조몬’이 석기시대란 뜻이니 그만큼 오래 산 나무라는 의미다. 고령의 삼나무숲과 온 섬을 뒤덮은 초록의 이끼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됐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일본 정부는 파괴된 도시를 재건할 건축 자재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에 삼나무를 심었다.

삼나무 심기를 장려한 결과, 일본의 산림은 삼나무가 단일수종으로 전체 산림의 40%를 차지하는 단순림이 됐다. 일본에선 4~5월이면 삼나무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이 시기에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가훈쇼’(花粉症·화분증)라고 부르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꽃가루 대공습으로 얼굴은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면서 일본인들은 꽃가루라고 하면 삼나무를 떠오를 정도라고 한다.

제주도에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삼나무가 처음 식재됐다. 제주시 월평동 24㏊에 임업 연구 목적으로 심었다.

일본이 원산지이지만 온난하고 습한 기후 덕분에 삼나무는 제주에서 더욱 잘 자랐다. 일제는 자원 수탈 목적으로 삼나무를 곳곳에 심었다.

제주도는 1970년대 한라산에 삼나무를 조림했다. 나무가 없고 풀밭으로 덮여 민둥산이라 해서 붙여진 ‘민오름’에도 삼나무를 식재했다. 그 결과, 2만3000㏊에 8700만 그루가 자라게 됐다. 삼나무는 제주지역 최대 인공림이 됐다.

삼나무는 곧게 빨리 자라서 감귤원 방풍림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성장 속도가 빠르고 너무 높이 자라서 햇빛을 가린다는 이유로 2000년대 들어서 베어내는 농가가 늘어났다.

인공림으로 조성된 삼나무의 가장 큰 문제는 포화와 밀식이다. 치산녹화 사업 일환으로 조림에만 치중하다 보니 경관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

제주의 자생식물은 습지식물이 많다. 고사리삼과 이끼류가 먼저 자리를 잡고 그 안에 버섯류와 천연림이 자라는 구조다. 삼나무가 해를 가려서 생태계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올 하반기에 성판악 5.6㏊에서 간벌을 하기로 했다. 그 효과를 분석해 한라산 전 구역으로 벌채를 확대할 계획이다.

요즘 삼나무숲 길로 유명한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놓고 시민사회단체의 공사 철회와 지역주민들의 공사 재개가 충돌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삼나무 숲길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도로가 비좁고, 겨울철 삼나무 그늘로 결빙이 돼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주장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세계자연유산에 오른 야쿠시마섬의 삼나무는 수령이 1000년이 되면서 관광자원이 됐다. 제주도는 일본보다 삼나무가 잘 자라는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서울 뚝섬과 종로3가는 제주 삼나무로 보도블록을 깔았는데 탄력이 있어서 반응이 좋을 정도로 목재 자원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

삼나무숲 길에 대한 소모적 논쟁보다는 제주 전역에 밀식 조림된 삼나무를 솎아내 경쟁력을 갖춘 삼림경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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