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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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제주시교육지원청

제주도는 매미가 많지 않은지 제주도에 내려와서는 통 매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적엔 매미가 흔했다. 얼마 전 서울 집에서 자고 왔는데, 매미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온 동네 매미가 다 몰려와 우는 것처럼 세상천지에 매미 소리만 우렁찼다.

예전에도 매미 소리는 제법 시끄러웠던 모양인지, 이옥이 쓴 ‘지주부’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매미는 자못 청렴한 듯하지만 그 청렴함을 자랑하면서 시끄럽게 울어 댄다오. 그래서 내 그물에 걸리는 것이라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의외지만 옛날에 매미는 청렴함과 검소함의 상징이었다. 옛 유학자들은 매미가 이른바 5가지 덕(五德)을 갖추고 있다고 해 숭상했다. 머리에 홈처럼 파인 줄은 갓끈과 비슷하다고 하여, 지혜가 있다며 첫 번째 덕인 ‘문(文)’이 있다고 보았다. 또 나무의 수액만을 먹고 자라므로 잡것이 섞이지 않았다 하여 두 번째 덕인 ‘청(淸)’이 있다고 보았으며, 다른 곡식을 축내지 않으므로 염치가 있으니 세 번째 덕인 ‘염(廉)’이 있다고 보았다. 살 집을 따로 짓지 않으니 검소하다 해 네 번째 덕인 ‘검(儉)’이 있다고 보았고, 여름에 맞춰 오고 가니 믿음이 있다고 해 다섯 번째 덕인 ‘신(信)’이 있다고 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수축산물 시장이 위축되었다느니, 식당가가 썰렁해졌다느니 말이 많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것이 2016년 9월이니 아직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청렴을 하루아침에 이루긴 어렵다.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살다 한 달 남짓 세상맛을 보다가 죽는다. 이제 청렴의 씨앗을 심었으니 그 열매가 맺으려면 적어도 7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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