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라는 이름
자영업이라는 이름
  • 제주일보
  • 승인 20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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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유행하면 패션을 얼른 떠올리지만 ‘업종’도 바람을 많이 탄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우리나라에선 자영업 바람이 세다. ‘돈 된다’고 소문나면 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간다.

외환위기 이후 조개구이집이 전국적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2000년에는 김밥전문점, 2002년 퓨전호프주점, 2003년 샌드위치전문점, 2004년 피부관리실 등이 창업시장에서 히트를 쳤다.

요즘은 편의점이 치킨집과 함께 자영업의 대명사가 됐다. 전국 편의점이 4만여 곳이니 인구 1250명당 하나꼴이다. 가히 ‘편의점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창업 전문가들의 으뜸 충고는 과당경쟁 업종을 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자 4명 중 한 명꼴로 자영업 종사자인 우리 현실에선 그걸 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689만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취업자의 25%에 달한다. 직종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근데 작년 자영업 폐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87.9%를 기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48만3900개가 새로 생기고 42만5200개가 문을 닫았다. 10곳이 새 간판을 달 때 이웃한 8~9곳은 간판을 내렸다는 얘기다. 자영업이 공급과잉인데도 진입 행렬이 이어지는 게 난제인 게다.

상황이 이럴진대 현 정부는 선의(善意)가 선과(善果)를 낳는다는 맹신으로 무장돼 있다. 현장에서 ‘죽겠다’고 아우성인데도 ‘안정된다’는 태평한 소리만 반복하는 것이다. 근래 말도 많은 정책, 소득주도성장이 그 짝이란 지적이 곳곳서 나온다.

▲어쩌면 자영업의 문제는 한국경제 모순의 축소판일 수도 있다. 대개의 경우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별수 없어 선택한 길이다. 그래서 경쟁은 과도하고, 하루 12시간 일해도 매출은 뒷걸음질 한다.

특히 지난해 창업한 50, 60대 중 65%가 휴업 또는 폐업했다는 소식이다. 평균 7000만원씩 손해를 봤단다. 실버 자영업자의 파산이 자칫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급기야 소상공·자영업계가 엊그제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우리도 국민이다’ ‘최저임금 개편하라’를 외치며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자영업으로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따뜻한 정책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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