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급식의 허와 실
고교 무상급식의 허와 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제주에서는 1950·1960년대 헐벗고 눈물겨운 보릿고개가 있었다. 4~5월이 되면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나고 먹을 게 없어 극심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입에 풀칠하기도 힘겨웠다. 하루 종일 배고픔에 시달려야만 했다. 학생들도 학교에 점심 도시락을 싸고 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런 과정을 참고 견디다 보니, 경제대국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 풍부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상들이 어려운 삶을 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그 시대의 배고픔과 조냥 정신이 뇌리 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는 듯하다. 마치 이런 세상이 그냥 굴러 온 것처럼 낭비를 일삼고 있으니, 마음이 뜨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편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돈을 마구 쏟아 붓고 있다. 내년 예산도 슈퍼 급이라고 한다. 한데 체감되는 게 없다. 우리네 살림살이는 나아지기는커녕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양극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일자리도 없다고 여기저기서 쓴 소리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돈을 물 쓰듯 쓰다 보면 살림살이가 거덜 나지나 안을까 겁이 난다.

요즘 초중학교에 이어 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교육감 선거공약으로 다른 사업보다 우선적으로 서두르는 모양새다. 제주에서는 올해 전국 첫 고교 무상급식을 실행함에 따라 학생 1인당 연간 최대 300만 원 정도의 혜택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무상교육과 급식을 하는 것은 분명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교육감 선거공약이라 해서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인과 낙선인의 격차가 2.4%밖에 나지 않았다는 게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그러기에 무상급식은 시간을 두고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 교육청에서는 2학기부터 고교 무상급식을 시행하면서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궁극적인 문제는 예산이다. 교육청은 반쪽 예산을 마련하고 나머지 예산을 도에 요구했다. 도에서는 올해 예산은 편성이 돼 있지 않아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거절을 했다. 도의회에서도 교육청이 소통 부재라고 질책을 쏟아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무상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더 나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짜라는 말이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는 듯하다. 너나없이 노력하지 않고도 얻으려는 심리가 팽배해 있는 것 아닐까.

이번 고교 무상급식을 함에 있어서도 학생들의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무상이라는 말이 습관처럼 굳어 버리면 결국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것으로 해서 학생들의 의지력이나 열정도 떨어지지 않을까 자못 걱정스럽다. 특히 무상이라는 말이 일상화돼, 부모나 사회 국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고교 무상급식은 학생들의 건강을 도모하고,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면을 조금 덜어 주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로 인해 무상과 공짜라는 인식이 들지 않게 인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얘기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노력 않고는 얻을 수 없다는 게 불변의 진리가 아닐는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