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말이 없다 2
귀신은 말이 없다 2
  • 제주신보
  • 승인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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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죽은 자와 만남은 긴장보다는 설렘이 먼저 온다. 꾸미지 않는 솔직함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으며 남은 이들에게 간절한 당부로 이어진다. 자신의 존재가 없어진 당혹감은 잠시, 이내 차분함을 찾아낸다. 베풀지 못한 야박함을 반성하며 소중한 기회를 덧없이 보냈다, 늦은 후회와 안타까움을 남겨낸다. 아름다운 감동이 아니어도 가족에 대한 사랑 표현에 부족했다는 누구에게나 들을 수 있는 공통점이다. 즐겨 먹던 음식을 원하며 평소 지병이 있었다면 약을 구해달라 한다. 어른 아이 같은 응석으로 욕심을 채우기도 한다. 엄한 가장이었다면 가르침을 주려고 하고 싫다, 좋다에 분명함을 지켜낸다. 자녀들의 불화를 걱정하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깊은 회한에 빠져들기도 한다.

드문 경우지만 억울함을 풀고자 하는 영혼과 동행하기도 하며 마치 잔치인 양 손님을 불러내기도 한다. 속으로 담아냈던 섭섭함과 미움을 거침없이 뱉어내며 이름을 부르며 쓴소리를 해낸다. 형제 같은 우애를 나눈 지인의 어머니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소식을 듣고 찾아가니 슬픔은 뒷전이고 상속 문제로 언쟁이 오갔다. 달리 유언을 남기시지는 않았지만 버릇처럼 남기신 말이 있었으나 지나친 이기심에 각자의 입장이 달라 감정싸움을 불러냈다.

그중에서도 큰형님의 부인이 절대 손해 볼 수 없다고 했다. 피하고 싶은 자리였으나 조심스럽게 중재 역할에 나서기로 했다. 일단 장례를 치른 후에 고인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보자, 누구 편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전해 주겠다, 부끄러움을 알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그리하자 협의를 이끌었다.

화장을 마치고 서로가 등 돌린 어색한 분위기에 부름을 청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짐작이라도 하셨는지 시간 지체 없이 오셨는데 유독 날뛰던 며느리에게 역정부터 내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시며 가슴 치는 모습에 어떤 연유인지 물으니 정확한 날짜까지 짚어내면서 무슨 핑계를 만들어 돈을 가져갔으며 심지어는 노후자금으로 쓰려고 모은 꽤 많은 액수도 훔쳐내기까지 했으며 본인 모르게 적금마저 빼돌렸으나 분란을 일으킬까 노심초사, 알고도 속아주기를 수도 없이 했단다. 적당한 이유로 개별적인 만남을 가져 비밀을 지켜 줄 테니 좋은 쪽으로 해결하자 했더니 얼굴이 노래져 그리하자 약속을 받아냈다.

상처를 줄 수 있는, 진심이지만 유쾌하지 못한 쓸쓸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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