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 잡초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 잡초
  • 제주신보
  • 승인 20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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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인간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잡초들은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방약무인한 태도를 보이는 잡초들이 있는가 하면 길 한쪽 구석에 남몰래 꽃을 피우는 것들도 있다. 잡초들의 개성과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면 잡초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잡초’라고 부르는 것들도 알고 보면 참으로 독특하고 다양한 매력의 소유자들이다. 잡초라고 하면 하찮은 풀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인간과 잡초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고,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잡초는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 역시 자연을 떠나서는 결코 존립할 수 없다. 이러한 공생적 관계를 바로 알고, 잡초를 불편한 적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다.

잡초를 친근한 이웃으로 유용한 자연의 선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심리적∙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들의 개성과 특성을 파악하여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구로 도출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잡초의 세계는 바로 인간세상의 발밑에 펼쳐진 세상이다. 이는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음을 의미한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에 의하면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잡초는 각 서식지의 환경에 맞게 진화를 거듭해 온 특별한 식물이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만큼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렇게 다양한 생존 전략과 풍부한 삶의 지혜를 익힌 잡초들로부터 변화무쌍한 사회를 살아갈 삶의 용기, 지혜, 끈기를 배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쇠비름은 잡초 취급을 받는다. 채소를재배하는곳이라면어김없이덩달아자라며, 생명력과 번식력이 뛰어난 유익한 약초이다. 이것을 장명채(長命菜)라고도 하며, 하얀 뿌리, 붉은 줄기, 푸른 잎과 노란 꽃, 검은 씨앗의 오방색을 지닌 풀이라고 오행초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다.

토끼풀은 식물 생장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해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의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는 질소를 고정해 식물의 생장과 건강을 돕는데 긴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전통적으로 엉겅퀴류를 약재로 이용하지만, 식물체 전체를 나물로 요리해 먹기도 한다. 한라산 중턱에서 종종 목격되는 일로 초원에 야생하는 엉겅퀴류는 임신한 암컷 노루가 즐겨 먹는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경영에 ‘잡초의 가치’를 적용하는 책임자도 있다. 일본 유통업계의 야스다 다카오는 직원을 채용할 때 ‘화려한 꽃보다 끈기의 잡초’를 선택한다. 이 경영자는 잡초의 개성을 알고, 이것의 내면세계를 기업 구성원의 삶에 접목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필자는 구국의 꽃으로 스코틀랜드의 국화인 엉겅퀴 제거에 여념이 없다. 몇 년 전까지는 애지중지하던 페퍼민트도 올해는 기피 대상이다. 쇠비름도 필자의 생활환경에서는 골칫거리이다. 건강식 음식문화에 유익한 약재로도 이용되는 이들이 현재는 필자한테 잡초 취급을 받고 있다.

페퍼민트의 지칠줄 모르는 생활력에 선명한 보라색의 도라지꽃, 여린 바이텍스, 어린 밀감나무, 약골인 블루베리 등이 너무 안쓰럽다. 이 페퍼민트는 친구들의 영역도 아랑곳하지 않고 점령한다. 그러나 이의 친구들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한다. 그러나 아직 이들을 제거 대상 명단에서 지울 수가 없다.

필자한테는 이들의 가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 아니고, 현재는 이들을 이용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인간의 애환과 함께 하는 다양한 식물들은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채소, 약초, 또는 잡초 등으로 다가온다.

이들 잡초뿐만 아니라 많은 원소와 이들의 장난에 의해 태어난 수많은 화합물들도 인간세상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와 역할을 표출하기 위해 과학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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