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아이들
못다 핀 아이들
  • 제주신보
  • 승인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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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2005년 이후 1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를 달고 살았다. 작년 경우 인구 10만명당 25.6명에 이른다. 환산하면 연간 1만309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하루 평균 36명꼴이다.

생명체 중 인간만이 자살하는 존재라지만 우리나라는 좀 심하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궁핍, 입시지옥, 생명경시 풍조 등 온갖 이론을 다 대지만 명료한 설명이 없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영국의 한 의학저널의 보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 입대자의 징집기록을 근거로 18세에서 44세까지 26년간 추적한 결과,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할 때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일반인의 3배다. 결국 정신적 요인이 가장 컸다는 의미다.

▲채 피어보지도 못한 안타까운 낙화(落花) 소식이 들린다. 최근 몇 년 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교생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자살 학생은 2015년 93명에서 2016년 108명, 지난해 114명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아이들이 심리적 재난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고 한다.

최근 자살 시도의 특징은 연령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2011년 한 명도 없던 초등생은 2015년 19명으로 늘었고 작년엔 36명이었다. 이 중 초등 1~3학년도 4명 있었다.

실제 자살한 학생도 지난해 114명 가운데 초등생이 5명이었다. 자살 시도 학생들은 그 이유로 ‘우울·불안감 해소’(61%), ‘분노 해결’(28%) 등을 꼽았다고 한다.

▲자살은 삶이 불만족스럽다는 증거다. 문제는 자살 시도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정신질환 치료가 입원 중심이어서 기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이 사회에 복귀했을 때 계속 관리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 역시 태부족하다.

핀란드만 해도 1986년 국가 자살 예방 프로젝트를 가동해 한때 10만명당 30명이었던 자살률을 지금은 10명대로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자살하려는 이들의 80%는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밥을 안 먹거나 애지중지하던 물건을 나눠주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 등을 한다.

세상에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마지막 시그널이다. 주위의 관심과 보살핌만으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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