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후 마련된 권고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지난 22일 오후 5시께 제주시지역 한 종합병원에서 입원 중인 부친을 간병하고 있는 현모씨(27)는 같은 병실 환자에게 병문안을 온 환자 가족들로 얼굴을 찌푸렸다.
해당 종합병원은 질병 감염예방과 환자 안정을 위해 평일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병문안 시간을 조정했으나, 가족 4명이 오후 5시부터 찾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지하고 있는 외부음식을 가져와 먹기도 했다.
현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에서 병문안 시간 이외에는 간병인원이 1명만 상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외부 음식도 들여오는 등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을 포함한 제주지역 6개 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문’에 따라 병문안 시간을 평일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과 휴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와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제한했다. 또 친지와 동문회 등 집단 병문안을 제한하고 꽃과 외부 음식은 반입할 수 없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지역 종합병원에서 병문안 제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면회객들이 병문안 문화 개선에 이해를 하지만 무분별한 방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스크린도어 설치는 병원 재정 문제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종합병원은 명부를 작성한 뒤 출입증을 배부 받은 면회객만 병동 방문을 허용하고 있지만 일부 면회객에 그치고 있다. 한 종합병원은 출입증을 이용해야만 병동 해당 층까지만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도록 조정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제주지역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문안 문화 개선 도입 초기에는 일부 면회객이 언성을 높이며 병문안 제한에 반발하기도 했다”면서 “큰 규모 병원은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있지만 작은 규모 병원은 재정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