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을 쌈짓돈으로 알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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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풍요 속에 빈곤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평화로운 것 같은데 불안하고, 행복한 것 같으면서도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서다.

수십 년 동안 적대시했던 남북이 정상회담 후 평화가 온 것처럼 들떠 무장해제를 서두르고, 나라 살림이 어렵고, 수조 원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데도, 보편적 복지와 무상이라는 미명하에 돈을 물 쓰듯 한다. 법과 질서도 바로 서지 않고, 공권력도 기력을 잃은 듯하다.

그뿐인가. 사리사욕과 이기심만이 팽배하고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갈등과 반목이 난무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부족하다. 특수학교, 클린하우스, 장례식장, 쓰레기장과 같은 시설은 자신들과 관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동네만은 안 된다 목소리를 높인다. 더불어 사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것은 남의 탓이고, 나만 잘 살고 행복하면 된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어 안타깝다.

오늘날 자유를 누리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선열들의 희생과 보릿고개 시절을 견뎌 온 조상들의 은덕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세상이 거저 된 것처럼, 안일한 생각과 자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엄중히 되돌아볼 일이다.

10월 18일자 신문기사다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학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현금으로 월 20만 원씩 교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이미 학교를 떠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교육수당을 주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오히려 학교를 더 떠나도록 부추기는 것 같아 우려스럽고 한편 어처구니가 없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면 직업훈련과 같은 장기 대책을 마련하거나 대안학교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정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면 특정 용도로만 쓸 수 있게 바우처를 주면 될 일이다. 나랏돈을 줄 땐 사용처가 분명하고 정당하게 쓰고 있는지 따져 보고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금을 나눠 주겠다는 상상력이 놀랍다.

모든 문제를 돈으로 풀려는 정책이 올바르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만은 없다. 한 번 단맛을 보면 그것을 본래로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궁여지책으로 내 놓은 정책들이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된 듯해 답답하다.

모 교수는‘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현금을 주겠다는 발상은 이들을 학교로부터 더욱 멀어지도록 유도하는 꼴이라며, 혈세 낭비일 뿐 아니라 비교육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 대놓고 꼬집었다.

정부나 교육청이 집행하는 돈은 국민들의 세금이다. 나라의 발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써야 할 돈이, 자신들이 생색내거나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써서는 안된다. 나랏돈을 쓸 데는 정당하고 투명한 곳이라야 한다. 그리고 법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일이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금을 올바로 쓰는 일이다. 국민들의 공금에 대한 의식전환 또한 필요하다.

나랏돈을 쌈짓돈으로 착각해서야. 우리의 고질적인 병폐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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