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과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과제
  • 제주신보
  • 승인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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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부국장

중국의 7대 병법서인 손자병법, 오자병법, 사마법 등의 ‘무경칠서’에 손빈병법, 장원, 삼십육계를 합한 ‘무경십서((武經十書)’에 나오는 말이다.

“무릇 용병(用兵·治國)의 성패는 병사의 사기 진작에 달려 있고. 그 사기 진작의 방안은 크게 다섯가지다. 첫째 관직을 수여해 타인으로부터 존중 받게 하고 재물을 넉넉히 주어 식솔을 봉양하게 한다. 둘째, 예의 갖추어 대하고 신의로서 격려한다…”

국가 든 직장이든 어떤 조직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직원의 사기진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대의 직장조직에서 가장 큰 사기진작 방법은 무경십서의 관직과 재물, 즉 조직 내에서의 승진이다.

승진에는 권한과 책임의 증대뿐만 아니라 위신의 증대, 급여나 임금의 증가 등이 뒤따른다. 따라서 승진은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해 근로의욕을 증진시키고,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지난 주 끝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개방형직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개방형 직위란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제고를 위해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수립을 위해 필요한 직위에 직무수행요건을 갖춘 자 중 최적격자를 임용하는 제도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제주도의 개방형직위 자리가 원 도지사 선거공신들의 입문통로가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본부의 경우 6·13 지방선거 직전에 그만뒀다가 선거 후 복귀한 공무원은 정원 14명 중 5명으로, 옆집 드나들 듯하고 있어 일반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됐다고 질타했다. 또 한 의원은 개방형으로 임용된 공직자에게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개방형직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원 도정 민선 7기의 개방형 직위는 36개.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 건국에 공을 세워 땅과 노비를 선사받은 개국공신이 55명인 것에 비하면 너무 많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들 개방형직위 임용자들이 앉은 자리는 5급에서부터 3급까지 모두 고위직이다.

일반 공직자들이 100대 1 안팎의 천문학적 경쟁률을 뚫고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5급 사무관까지 소요 기간은 족히 20년이 넘는다. 현재 도청과 양 행정시에 공직생활 20년을 훨씬 넘기고도 사무관이 되지 못한 공직자가 수두룩하다. 승진을 위해 육아나 자녀 돌봄 등 가정을 뒤로 한 채 야근이나 휴일 출근도 마다하지 않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지방선거 후 어느 날 갑자기 3~5급 고위직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니 수 십년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5급 자리에 오르지 못한 공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허탈감은 말해 무엇하랴.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직사회에서는 ‘어공(어쩌다 공무원-개방형)’과 ‘늘공(늘 항상 공무원)’ 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으며, 어공을 바라보는 늘공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주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의원은 “어공은 모두 정무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말한 ‘정무’란 인사권자를 위한 일, 인사권자의 다음 선거를 위한 일 쯤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어공’들이 자신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점령군 같은 인상에서 벗어나 ‘늘공’과 도민들로부터 인정받고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없다.

그 ‘일’의 방향은 인사권자를 위한 것이 아닌, 도민의 행복과 제주사회의 발전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고 바람직한 성과가 나왔을 때 주위의 ‘늘공’과 도민들은 “그 자리에 앉을 만하구나”라며 공감하고 인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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