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하수·우수(빗물) 관로 분류사업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해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하수처리 용량이 포화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2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간 1조724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으로 도내 하수관로 4206㎞의 82%(3456㎞)는 하수관과 우수관 2개로 나뉘는 분류식으로 설치됐다.
빗물과 생활하수를 하나의 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는 합류식에서 2개로 분리한 것이다.
처리 방식은 분뇨와 설거지물은 하수관→차집관로(하수가 모이는 통로)→하수처리장으로, 빗물→우수관→하천→바다로 이어지도록 분류됐다.
그런데 잘못된 관로 연결로 빗물만 흘러야할 우수관에 하수가 유입돼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면서 환경오염과 악취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구경이 작은 차집관로에 합류식관로(하수+빗물)를 연결해 제주시 도두하수처리장은 비만 올 때면 포화에 이르고 방류수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즉, 하수만 흘러야 할 소구경 관로(차집관로)에 대구경 관로(합류식)를 연결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오라동)은 21일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구경 250㎜의 차집관로에 600㎜의 합류식관로를 연결한 결과, 병문천 일부 구간은 하수가 유출돼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상식적으로 분류식 사업을 한다면 그 전에 차집관로 증설을 해야 한다”며 “행정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증설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이에 원 지사는 “최근 발생한 신화역사공원 하수역류 사태 역시 가는 관에 굵은 관이 물려 있어서 발생했다. 이는 하수관을 설치하는 시기와 기준, 예산이 몇 십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쌓여온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하수관거 정비에 1조원이 넘는 막대한 도민 혈세가 헛 투자되면서 무엇보다 분류식 하수관로 관경을 증설하고, 오접(잘못된 관로 연결) 관로에 대한 전수조사와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원 지사는 “내년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차집관로가 증설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24만t의 하수 중 13만t(54%)을 처리하는 제주시 도두하수처리장은 집중호우 때마다 빗물이 섞인 하수를 처리하지 못해 일부는 바다로 유출되거나 방류수 수질기준 초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