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한 두 손자
나의 귀한 두 손자
  • 제주신보
  • 승인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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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수필가

멀리 있는 두 손자가 보고 싶어 두 달 넘게 미국에 있는 아들집에 다녀왔다. 큰 손자는 14살 중학생이고 작은 손자는 이제 6살인데 낳자마자 내가 백일 동안 안아 키웠고 우리 집 할아버지 방에는 두 손자 사진으로 벽을 다 채웠다. 돌아올 때가 되니 여섯 살짜리가 울상을 하며 아버지에게 사정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가지 말고 우리 집에 같이 살면 안 돼요?” 아들이 당황해서 할머니에게 물어보라 한다. “미안하구나. 나도 너랑 같이 살고 싶은데 우리 집이 제주에 있고 지금 비어 있어서 걱정이 된단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힘이 들어 내년부터는 못 오니 너희들이 제주에 와라. 너도 이젠 긴 여행할 만큼 컸고 가까이 해수욕장이 있으니 재미있을 거야. 내년에 꼭 와라. 할머니도 네가 많이 보고 싶을 테니까.” 고개는 끄덕여도 여전히 울상이다. 외로운 늙으막 인생에 작은 손자의 이 말 한 마디가 내 가슴을 꽉 채웠고 이런 것이 감격이구나 하고 우리는 두고두고 행복했다.

큰손자는 며느리가 데리고 온 손자다. 6살 때 처음 봤는데 얼굴이 선하게 잘 생기고 커다란 겁먹은 눈망울이 애처로웠다. 엄마가 이혼하고 직장에 다니느라 이손 저손에 키워져 기가 죽어 말이 없었다. 애가 무슨 죄인가 가슴이 아팠다. 그래, 나라도 따뜻이 품어 주리라. 얼마 안가 우리를 따르고 매해 우리만 가면 이불을 끌고 우리 방에 와서 자면서 우리를 보살핀다. 매일 아침 학교 버스 정류장에 같이 가고 오후에 데려오면서 뛰고 낄낄대면서 참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며느리와 이야기하면서 “큰 아이는 따뜻한 엄마가 필요하단다. 잘 가르치려고 애쓰는 무서운 엄마가 아니라 잘못을 했을 때도 달려와 품에 안길수 있는 믿고 편안한 엄마가 필요하단다. 곧 다가올 사춘기에 반항하지 않도록 잘못을 했어도 야단치지 말고 웃는 얼굴로 이해를 시켜라. 지금 엄마 말고 애한테는 모두 남이니 불안한 애다.” 후에 며느리가 애한테 잘못했다고 했단다.

아들과도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큰손자에게 맛있는 것 사 먹이고 비싼 옷과 신발을 사주면 새 아버지 노릇을 잘한 것 같고 잘해 준다고 생각 하면 잘못이다. 그것보다는 따뜻한 말투로 관심을 보여주면서 자주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조그만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말아라. 그래서 새 아빠가 나를 정말 좋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의 안정을 찾아 소극적인 아이도 힘이 생긴단다. 작은 손자에게는 앞으로 형이 아버지보다 더 필요하다. 얼마나 동생을 예뻐하는지, 동생은 형을 졸졸 따라 다니며 신나게 놀아 배우는 것도 많고 열 친구 부럽지 않게 건강 하게 자라고 있구나. 둘이 신나게 뛰노는 것 보기만 해도 너희 집안은 행복이 넘친다.“

큰손자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백지를 나누어 주면서 만약에 큰돈이 생기면 어디다 쓰고 싶은지 써보라고 했단다. 학부모에게 주는 참고용이었다. 큰손자는 제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준다고 썼단다. 웬일인가? 엄마도 아니고 근처에 친아버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도 있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계신데 일 년에 두 달만 보는 우리를 준다니 며느리가 놀라서 전화가 왔다. 중학교 졸업식에 갔더니 친아버지가 아주 멀리서 나에게 깊이 절을 한다. 아이들에게 진심의 관심과 사랑은 본능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힘이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내 인생이 성공한 기분이고 진실한 삶의 가치가 어디 있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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