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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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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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도서관에서 서예 단체를 지도하고 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배우러 오간다. 도서관이 개관되면서 시작한 봉사 활동으로 곧 20주년을 맞는다.

법인단체 등록도 하고, 나름 환경을 접목하여 열세 번째 환경사랑서예전도 얼마 전에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 서예 치료를 접목한 지적 장애인, 지체 장애인이 번갈아 작품을 찬조 출품하며 회원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어 왔다. 이런 서예전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장소를 읍 소재지 도서관을 고집했다. 지역민만이 아니라 환경을 접목했기에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길목이 좋아 지나던 관광객도 관람하는 전시회가 되었다.

지역 도서관에서 도록을 만드는 비용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액자를 만들어야 하는 등 경비가 많이 소요된다. 이곳저곳에서 받는 강의료 일부를 내놓아 해마다 전시회를 치렀다.

이번엔 액자 제작비를 문예 진흥기금을 신청하여 도움을 받으려고 설명회에 참석했었다. 벤처마루 건물 큰 홀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설명회를 듣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예상 외로 많다. 젊은 층이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앞에 앉은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는 실망을 넘어 나라가 걱정되었다.

“저 젊은 사람들은 00단체, 저기는 개인 신청자들인데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서 문화 활동 한답시고 공돈 신청하러 왔구먼.”

“바른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데, 취직이 어려운 것도 그렇고.”

그렇다면 문제 아닌가, 젊었을 때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일을 찾아야 하는데 예술 활동한다 하며 몰려다니고 직업을 갖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누가 일을 하여 지탱할 것인가.

백세시대다. 정년퇴임하고 20, 30년은 취미 활동이나 문화 활동을 할 시간이 충분하다. 그 사람들이 지원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예술 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학위를 받으며 예술가의 길을 가는 젊은 사람은 우대받아야 한다. 그런 사람의 앞을 막고 지원금이나 받아내려는 사람들이 많으면 이도 문화 발전을 저해할지도 모른다.

직장을 가진 청장년들에게 문화 활동을 할 시간도 많다. 토·일요일과 공휴일,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 시간을 활용하려는 사람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자가 우대 받아야 마땅하다.

직업도 없이 놀면서 예술 활동한답시고 신청하는 젊은 사람에게는 지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하려는 사람이 많아야 일거리도 늘어나지 않을까.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작가를 양산한다며 기성작가보다 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한다. 그런 정치 논리엔 회의를 느낀다. 귀한 세금으로 조성된 보조금이 헛되이 쓰이는 일이 많은데, 또 잘못 쓰일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곳곳에서 지원 되는 보조금이 많다. 그 돈을 받으면 단체나 개인은 다시 그 자금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벌이기 일쑤다. 부풀리고 거짓으로 기록하며, 결국 꼭 필요한 것이 아닌 물자를 사들이고 종내에는 구석에 처박아 버리게 되고 만다.

젊은이들에게 공짜 심리부터 만들어 줘서는 안 된다. 땀 흘려 벌고 어렵게 번 돈으로 귀하게 투자하며 문화 활동도 해야지 않을까. 귀하고 소중한 걸 알아야 진정한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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