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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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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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죽음이라는 단어는 남의 일이라 쉽게 잊히고 진정한 위로를 남기지 못한 채 아쉬운 이별 인사를 하고 이내 기억조차 남지 않은 채 한때 그리움으로 남는다. 사후세계에서 펼쳐지는 일에 답이 이렇다는 명쾌함을 낼 수는 없지만 그럴 수 있다는 가정하에 다시 돌아봐야 한다. 편안한 미소를 보내는 그와 마주 앉아 인사를 나눈 후(물론 이전에도 이런 만남이 있었다.) 변한 곳이 있나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나는 지구 나이로 93세의 노인이다. 가족을 남기고 급작스러운 심장정지로 운명을 달리했다. 오랜 여행을 끝낸 뒤 쉬고 싶었으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순간을 떠올리는 과정이 잠시 멈춰지며 토론을 이어나간다. ‘어때, 그렇지만 진심을 담았다면 아마도 이런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이번에는 용기를 냈네. 어르신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안전한 귀가를 도운 일은 남들에게 뭔가 깨우침을 줄 수 있는 귀감이었어.’ ‘그때 기분을 충분히 더 할 수 있는 사건이 있네. 추위에 떨어 잠 못 이르는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건네고 몇 병의 술과 지갑을 열어준 정성은 특별함이며 그들의 자조 섞인 이야기를 들어준 대가는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로 이어져 행복을 선물 받았다는 것이 증거로 남겨있네’ 이런 사소한 행동 모두를 재현시킨다. 베푼 선행에 대한 상을 받는 스스로에게 대한 자랑이다. 반면 그렇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심으로 애써 외면했다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까 되묻는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겠지만 현명하지 못했던 처신은 상대를 곤경에 빠지게 했으며 미움에 살았을 것이야.’ 그리고 곧이어 고개 들지 못하는 부끄러움은 쉽게 했던 농담이나 편하자고 했던 거짓, 물질 이익을 위해 약점을 잡는 행위, 지위를 이용한 부당함 등이 처음부터 끝까지 여과 없이 이어지며 조목조목 짚어낸다.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질 일을 보인다. 살인을 했거나 천륜을 어기는 행위 또한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한 숙제는 길어지며 혼자라는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한 영혼의 모습은 벌을 받는 학생처럼 긴장으로 굳어져 있는데 악의적인 소문을 만들어 한 가정을 몰락시켰으며 쌓아 올린 명성은 지탄의 대상이 되어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유발한 당사자였다. 물론 그는 지금 생존해 있을 것이다. 불과 얼마 후에 벌어질 광경을 볼 수 있다면 그가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칠까? 안타까운 현실이다. 선과 악은 항시 내 주머니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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