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세뱃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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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섣달그믐이 턱 앞에 와있다. 올해는 입춘 다음날이 설날이다.

정월 명절 !

설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설을 반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전자인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명절이 돌아온다고 반기며, 세뱃돈을 받을 어린이나 손자 손녀들을 보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다. 설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노처녀, 종갓집 며느리도 있다.

아이고 나이 혼살 먹젱헤도 원 무사 영 복잡혼디사 명질이엔 헌거 읏어시민 좋겨!’하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어린이들에게 명절은 새옷 입어보고, 곤밥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데 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나 하는 소싯적의 생각이었다.

곤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란, 제삿날과 잔칫날, 그리고 멩질날이 아니었던가.‘정월 초하룻날 먹어나난 2월초하룻날에도 먹젱혼다라는 제주속담도 어르신들의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으리다.

섣달 그믐날밤 한파로 밖은 싸락눈발이 세차게 내리치고 있다. 아침엔 눈께나 쌓이겠구나, 하는 한 떨기 동심이다. 마루방 한 구석에 봉덕을 중심으로 마주 앉은 할아버지와 외손자가 차례 준비로 석쇠위에서 돼지고기적을 굽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한참동안 물끄러미 할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던 손자가 넌지시 물어본다. “할아버지 눈썹은 왜 희어지셨어요할아버지는 주저함 없이 입을 연다. “아 하 그건 오늘 같은 섣달 그믐날에 잠자지 말아야 하는데, 그만 잠을 자서 그렇단다”. 할아버지 그럼 저도 오늘밤 잠을 자게 되면, 눈썹이 허옇게 되겠네요”. “암 그렇고 마다참말 같은 거짓말이었다.

그날 밤 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버티다 못해 그만 잠들고 말았지만.

새해 아침 차례상같은 둥근 해가 떴다. 어른들 앞에 나란히 서서 세배를 올린다. 아이들은 경쟁이나 하듯 세뱃돈을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배를 드릴 때마다 얼마나 주실까? 받는 입장에선 궁금해진다. 주는 입장에서도 적게 주자니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아닌지, 호기를 부리다간 주머니가 홀쭉해질 것이니, 얼마나 줘야 하나 망설이기도 한다.

민족의 명절이 턱 앞에 섰다. 은행창구마다 세뱃돈으로 쓸 신권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받아들고 마음 뿌듯해하는 건 매한가지다. 황금 돼지해 온 누리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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