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상에 없지만…프레임에 담긴 일본 속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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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이노(猪飼野)-일본 속 작은 제주/사진 조지현/번역 김이향·안해룡

이카이노는 오사카시 이쿠노구 일부 지역의 옛날 지명이다. 현재는 지도상에는 없는 지명이다. 1920년대 오사카가 대공업도시로 발전하면서 이카이노에는 공장이 들어섰고, 사람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 시기에 제주도와 오사카 사이에 여객선 직항노선이 취항했고, 많은 제주도민이 바다를 건너와 영세공장의 직공이 됐다. 이카이노는 조선인이 만든 거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주도 출신 사람들의 수가 가장 많았다.

이카이노의 옛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사진집 이카이노(猪飼野)-일본 속 작은 제주가 출간됐다. 조지현 사진가의 사진집이다.

조지현 작가가 이카이노에 온 건 제주4?3이 발생했던 1948년이다. 이 시기에는 제주4?3 때 위험을 피하거나 생활이 곤란한 사람들이 건너왔다. 2만 명이 일본에 도망쳤다고 전해지며, 1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이카이노로 왔을거라 짐작한다.

책에는 1965년부터 1970년까지 5년간의 이카이노가 사진에 담겼다. 흑백네거티브 필름 속에는 사진작가가 현장의 사람들과 친밀해지고 신뢰를 얻은 후, 이카이노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리얼리즘 사진의 정신이 보인다. 다리에 한글로 써진 낙서, 비 오는 날 조선시장, 폐품을 회수하는 노인, 치마저고리를 입은 할머니, 바람에 날리는 빨래, 강 옆에서 노는 아이들 등. 생생한 당시 생활 모습 그 자체다.

60년대 중후반 일본사회는 고도경제 성장기였지만, 이카이노에는 그런 분위기가 드러나지 않는다. 매 순간 차별과 멸시와 대적하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해서, 그들의 표정과 몸짓은 오히려 평온해 보인다.

도서출판각 유한회사 刊,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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