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화를 키운다
설마가 화를 키운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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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여름철만 되면 마음을 긴장시키는 불청객이 있다. 태풍이다. 예전에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부는 것 같더니,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친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의 해수면이 더워지고, 그런 영향으로 태풍의 횟수가 잦아졌다고 한다. 태풍은 대형이든 소형이든 일단 불었다 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그렇다고 막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는 여러 개의 태풍이 발생했으나 다행히 일본이나 중국 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숨을 놓았었다. 그런데 방심하고 있는 순간 ‘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를 덮쳤다. 태풍은 10시간 동안을 제주에 머물면서 인명과 많은 재산 피해를 냈다. 설마가 화를 키운 것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다. 국민들은 ‘안전 불감증에 빠졌느니, 골든타임을 놓쳤다. 컨트롤 타워가 부재다.’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준 것이라고도 했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 안전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서울 상도동 어린이집 붕괴, 고양 유류저장 장소 폭발, KT 통신구 화재, 경기도 온수관 파열…. 열 손가락으로 세어도 모자랄 판이다.

국민 모두가 안전 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가 아닐는지. 오늘날 대부분의 사고는 천재라기보다 인재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KTX 탈선 사고가 있었다. 다행스럽게 철로만을 벗어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아차 했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코레일 사고는 이번뿐이 아니다. 3주 동안 11건이나 발생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사건 천국이라 할 만하다. 어찌 이러고도 3만 불의 소득을 올리는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안전의 뒷받침 없이는 국가가 평온할 수 없다. 황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인간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은 고속철도가 생긴 지, 지진을 제외하고는 50년 동안 한 번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사고에 미리 대비해 매뉴얼을 만들고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 운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의 나라지만 부럽기 짝이 없다.

청정한 환경보물섬이란 제주지역에서도 보행자 교통사고가 전국 최다라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제주는 최근 3년간 보행자 보호 위반에 따른 교통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자동차 1만 대당 14,2건으로 전국 평균 9.2건에 비해 55% 웃도는 수치라니, 잘못된 안전 의식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른 것이다.

사고는 예고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가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국민들의 의식을 개혁하며, 개인의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이 세상은 안전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살얼음판을 딛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순간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