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다운 여론에 대하여
여론다운 여론에 대하여
  • 제주신보
  • 승인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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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중동의 어느 나라에서 대규모 공사를 입찰경쟁에 내놓은 적이 있었다. 나라들 사이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에 그 나라 고위 관리가 “대장금의 주인공이 직접 찾아온다면 한국이 공사를 따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국가 간 관계에서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대장금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중동에서 그렇게 인기를 끌었을까? 드라마 주역들의 인물이나 연기가 훌륭했는데, 드라마의 내용이 더 훌륭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악역이 나오고 악역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당하면서 갈등이 전개되고, 갈등 상황이 깊어지다가 어느 시점에 역전되면서 드라마는 끝을 맺어간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느 드라마나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데 대장금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억울한 고난을 겪다가 상황이 역전되었을 때, 주인공이 보복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이 할 일을 해나간다. 그러는 동안 악역들은 스스로 부끄럽게 되는 부메랑의 방식으로 보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테러와 전쟁이 일상화된 듯한 중동에서 테러와 보복에 염증을 느낀 만큼 드라마의 내용에 더 끌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오래 전부터 갈등과 보복이 연속되는 드라마처럼 살아온 우리 사회를 생각할 때, 그런 기대감은 중동이나 우리에게서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중국에는 남수북조(南水北調)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있다. 남쪽에서는 양쯔강의 범람으로, 북쪽에서는 황허가 메말라가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560여 개의 강 중에 60개 정도는 더 이상 강이 아니라 한다. 1600㎞의 수로를 만들어 남쪽에서 넘쳐나는 물을 북쪽으로 조달하려는 프로젝트가 중국의 남수북조인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어느 때보다 깊이 있는 해결의 안목이 필요할 터인데, 현실주의적 승부사의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려는 것이 현재의 일본인 듯하다. 어느 나라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가득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국가 간 관계에서 상식이나 양심을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져간다. 그래서 우리에게 그 드라마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갈등과 대립과 보복의 흐름에 대해서는 조금 거리를 두자는 것이다. 감정적 선동의 가능성이 보이면 일단 경계심을 가지고 바라보자. 그 말이 사실이라 해도 왜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조금 더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온 세상을 압도하던 서구의 나라들이 왜 지금은 세계사의 일선에서 물러서게 된 것인가?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갈등과 대립이 잠재된 사회에서 감정적 선동으로 여론을 조작 활용하는 동안에 그들은 거짓과 폭력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간 것이고, 결국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이다.

감정적 선동으로 태어난 여론은 듣고 판단하는 개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듣고 판단하는 개인과 관계없는 여론은 여론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여론다운 여론에 대한 기대감을 지닌 구매자가 많아져 가면, 머지않아 공급자도 나타나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