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용기, 한 사람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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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제주한의약연구원장

지난주 ‘신후이 진피촌장 초청 세미나’가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중국 광동성 신후이는 진피 생산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소도시다. 2013년 이곳 출신 사업가의 투자로 진피의 생산·제조·판매 종합몰인 진피촌이 설립됐다.

신후이 진피는 예전에도 유명했으나 진피촌을 통해 기존의 관행적인 생산방식을 표준화, 현대화함으로써 시장 규모가 설립 전 1억 위안에서 2017년 60억 위안으로 크게 성장했다.

독감으로 촌장을 대신해 찾은 사업부장은 ‘한 사람의 용기가 한 마을을 일으키고, 한 사람의 지혜가 하나의 산업을 일으킨다’는 일성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토론과 질문들이 쏟아졌는데 그중 이런 지적이 기억에 남는다. 신후이의 성공은 중국의 진피 인식과 문화적 기반 덕분이며 그렇지 못한 제주에는 그 적용이 불가하다는 냉소적인 시각이었다.

적절한 문제 제기이다. 사실, 중국은 진피를 오래전부터 요리와 차로 생활 속에서 친숙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 배경 아래 현대적 표준공정과 시설이 더해지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오래전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이후 수백 년 동안 한의약 역사를 함께했다. 같은 한의약 문화권인데도 진피에 대해서 한국과 중국은 왜 다를까? 인삼, 녹용은 두 나라 모두 고급 약재로 인식하는데 반면 진피는 같은 한약재이면서 이에 대한 양국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다. 많은 약재 중 진피만 유독 그런 차이를 보인다. 신후이에서 진피는 인삼에 버금가는 고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 이유로 한의약 문화와 정보가 차단된 제주의 열악한 상황과 관련되지 않을까 한다.

제주는 역사적으로 문화적 변방이었다. 그러한 탓에 일부 식자들의 몫이었던 한의학 지식이 제주에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진피만이 아니라 제주의 훌륭한 자생 약재들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약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낮음을 알 수 있다. 만약 귤이 제주가 아닌 육지부에 대량 재배됐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중국과의 문화적 차이를 항변하기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제주인으로서의 자격지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아쉬움이 진피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진피에 대한 우리의 낮은 인식을 극복할 방안을 물어보았다. 원산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좋은 자연환경이라면 우수한 자원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관광객들도 많아 자랑할 대상도 많지 않냐는 것이다.

제주의 자원을 우리가 알아주고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알아주지 않는데 누가 우리를 높이 보겠는가.

다행히 이번 세미나에서 마을을 바꾸고 산업을 일으킬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겨나고 있어 희망이 보였다. 용기를 내는 마을 주체들이 생겼고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응원하는 도의원들이 있었다. 그들의 용기와 응원이 제주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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