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마을’과 제주4·3의 ‘환생꽃’
‘잃어버린 마을’과 제주4·3의 ‘환생꽃’
  • 제주신보
  • 승인 2019.03.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제주 4·3항쟁과 관련해 연극 「잃어버린 마을-동혁이네 포차」(김봉건 작/연출)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데 계속 만석이다. 4·3이 서울 중심가 대중들 앞에서 연극으로 공연되고 성황을 이룬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말과 글로도 다할 수 없는 4·3의 아픈 기억을 지닌 이들의 정명(正名)을 얻기 위는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은 1949년 1월 토벌대가 해안 마을인 ‘곤을동’의 40여 채의 집을 이틀 만에 불태웠던 사건, 1979년 10·26사건 직후 ‘서울의 봄’이라 일컬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4·3항쟁, ‘서울의 봄’, 5·18항쟁, 6월항쟁 등 현대사에서 “국가 폭력이 존재했었고, 언제라도 국가 폭력에 의해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될 수 있음”을 4·3의 피해자 ‘동혁’과 ‘서울의 봄’의 피해자인 동혁의 아들 ‘재구’를 통해 다루려 했다고 한다.

화북에서 군용차를 습격했던 무장대 중 한 명이 곤을동으로 피신했다는 보고로 인해 곤을동은 ‘폭도 마을’이 된다. 국방경비대 2연대는 마을을 포위해 들어가 젊은이들을 바닷가에서 학살하는 등 24명이 희생되고 집들을 다 태워버린다. 이러한 ‘팩트’에 연극은 매국, 단선, 단정을 반대하고 조국의 통일과 완전한 민족해방을 위했던 제주 민중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산사람이 되거나 서북청년단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등 민중 내의 갈등, ‘서울의 봄’ 시절에 민주주의를 부르짖다 고문을 당해야 했던 인물 등을 매우 흥미롭게 연출해냈다. 그리고 대나무들을 배경으로 세워 놓고 불타는 마을을 붉은 조명으로 처리하거나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멋진 춤사위와 우습고 슬픈 연기는 관객들을 연극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서사가 너무 많다. 국가 폭력을 말하기 위해서라지만 4·3항쟁만 다루기도 벅찬 느낌이다. 토벌대와 곤을동 사람들, 산사람들에 대한 정밀 묘사나, ‘서울의 봄’에 대한 서사도 부족하다. 4·3항쟁 자체가 외세, 친미와 반공을 내세우며 권력욕에 학살을 자행했던 이승만, 그 세력들에 빌붙어 무고한 민중을 학살했던 친일경찰이나 서북청년단, 군경들을 아우르고 있다. 연극이 이를 다 보여줄 수도 없고, 필요도 없지만 ‘곤을동’의 비극이 어떤 이유에서 발생했는지를 표현주의적으로나마 드러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남로당 가입 도장을 찍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잘못하다간 남로당에 휩쓸려 4·3이 벌어졌다는 극우의 의견에 찬동하는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어 조심스러운 대목이다. 남로당 지령설은 정보기관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박갑동이 이미 밝힌 바 있다.(theimpeter.com) 그리고 김용옥의 『우린 너무 몰랐다-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에서도 “남로당은 픽션이다.”(233쪽.)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이공본풀이’에는 죽은 자를 살려내는 ‘환생꽃’이 등장한다. 할락궁이는 환생꽃, 뼈오를꽃, 살오를꽃, 오장육부생길꽃을 꺼내 놓고 때죽나무 회초리를 세 번 쳐 죽은 어머니를 살려낸다. 연극 「잃어버린 마을」과 같이 훌륭한 작품들이 4·3의 원혼들을 살려내는 ‘환생꽃’이 될 것이다. 이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