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들이 출전을 앞두고 체고검사(출전자격인 137㎝ 이하 몸통 높이 측정)를 통과하기 위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마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학대 행위가 공공연한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렛츠런파크 제주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0시40분께 경주마 체고검사를 마친 한라마 한 마리가 피로회복제 투약 후 마비증상을 일으켜 쓰러졌다.
이에 근육이완제 투약과 마사지 등 수의사의 지속적인 응급치료에도 증상이 악화되자 조교사 등은 마주의 동의를 얻어 이날 오후 1시30분께 한라마를 안락사시켰다.
렛츠런파크 제주 조사 결과 죽은 한라마는 이날 체고검사 전 마장에서 속보 훈련을 20분 정도 거쳤으며, 심장 혈관 패색 병력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수의사는 죽은 한라마가 개체 특이성에 의한 약물 쇼크사 가능성이 있다고 소견을 밝혔지만, 마주의 요청으로 별도로 부검이나 조사는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렛츠런파크 제주 관계자는 “체고검사 시 경주마가 놀라 몸통 높이 측정 인력을 공격할 수 있어 통상적으로 검사 전 말을 안정시키기 위한 속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과도하게 굶기거나 말발굽을 깎으면 경주마가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 이 같은 말들은 검사 전에 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에 폐사한 말은 학대가 아닌 평소 앓고 있던 병으로 쇼크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마주들은 말의 다리부터 등까지의 몸통 높이를 줄이기 위해 동물학대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마주 A씨는 “사람이 피곤하면 몸이 늘어지는 것처럼 말도 굶기거나 훈련시키면 전체 몸통 높이가 줄어든다”며 “이 때문에 체고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말을 과도하게 굶기거나 훈련시키고 말발굽을 깎는 등 학대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렛츠런파크 제주는 천연기념물인 제주마 경주자원이 부족해 제주마와 더러브렛종의 교배종인 한라마를 경주마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라마간 몸통 높이이 차이가 커 이를 규정하기 위해 말의 다리부터 등까지 137㎝ 이하인 한라마만 경주에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