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게 불고 비도 자주 내리는 제주는 자전거 옛날부터 사람이 살기 힘들었던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앞이 안 보이거나 몸이 불편한 이들의 삶도 이 같이 힘들어 희망 전달을 위해 페달을 밟습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가 되기 바라며 2006년부터 자전거 페달을 밟아 온 석진우 목사(50·시각장애 2급)가 지난달 30일 제주를 시작으로 14년째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한라산 등반에도 나설 예정이다.
석 목사는 15세 때 급성 녹내장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앞을 잘 보지 못한다. 노란색, 파랑색 등 겨우 차선색을 구분할 수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비장애인과 달리 갑자기 나타나는 차량과 돌부리 등은 자전거를 탄 석 목사에게 큰 장애물이다. 14년째 자전거를 타며 몸 구석구석 멍들고 찢긴 상처는 한 두 개가 아니다.
어느 날은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가족과 주변의 걱정은 더욱 커져가지만, 석 목사는 매년 자전거 횡단에 나서고 있다. 바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하고 있고, 후원금을 통해 해외연수를 다녀온 보육원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를 꿈꾸며 시작했지만, 석 목사는 자전거 횡단을 하며 받은 후원금을 매년 전국 각지 보육원 아이들의 해외연수 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2~4명 정도 해외연수를 보냈지만, 올해는 후원금이 뚝 끊겨 한 명을 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석 목사는 후원금 가운데 활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번 제주도를 일주하고 한라산을 등반하는 6박7일 정도 게스트하우스와 3000원대 편의점 도시락 등 최대한 저렴하게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석 목사는 “또 다른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고 온 보육원 아이들이 의지를 다지는 삶의 자세가 바뀌는 모습을 보고 더욱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다”며 “우리 주변에서도 마음의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