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손자 정향신씨
할머니의 고된 삶 소개
할머니의 고된 삶 소개
3일 제71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는 4·3생존 희생자 김연옥씨(77)의 손녀 정향신씨(23)는 4·3 당시 학살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할머니의 굴곡진 삶을 낭송했다.
정씨는 “할머니가 바닷가에 자주 나가는 모습을 보고 바다를 좋아하는 구나 생각만 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이 모두 바다에 던져져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믿을 수 없었다. 할머니는 고기를 안드신다. 부모, 형제가 모두 바다가 떠내려가 물고기에 다 뜯겨 먹혔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꾹 참으면서 멸치 하나조차 먹지 않았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이어 “할머니는 ‘나는 지금도 파도치면 부모님이 우리 연옥아 하멍 두 팔 벌려 나에게 오는 거 닮아, 그래서 나도 두 팔 벌령 바다로 들어갈 뻔 해져’라고 말했다. 할머니의 바다에 대해 이제야 알았다. 멋쟁이 할머니가 그런 아픔 속에 살고 계셨는지 몰랐다”고 말하자 객석에 있던 또 다른 생존희생자와 유족, 도민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끝으로 정씨는 “할머니는 울 때보다 웃을 때가 훨씬 예쁘다. 그러니 자식들에게 못해준 게 많다고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할머니는 힘든 시절 묵묵히 견뎌오신 분으로 앞으로 울지말고 매일매일 웃겠다고 약속해달라”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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