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조성 때 4·3역사성도 알릴 수 있도록 최선"
현기영 "도령마루 이름 되찾아 억울한 누명 벗겨야"
오라3동 중댕이골(도령마루) 소나무밭에서 10여 명이 같이 총살당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거기에 형님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혹시나 하고 가족들이 찾으러 갔다. 작은누나가 매형이 입던 양복을 사줬는데 그 향복을 보고 시신을 찾았다. 시신을 수습해 마을공터에 눕혔는데 몸 여러 군데가 총알자국으로 구멍이 뚫려있었다.”
도령마루에서 희생된 유족의 증언이다.
㈔제주민예총은 지난 6일 제주국제공항 입구 해태동산 인근인 도령마루 일원에서 찾아가는 현장위령제 ‘해원상생굿’을 펼쳐 원혼을 위로했다.
1970년대 해태상이 들어서면서 일반인에게는 ‘해태동산’으로 알려지며 약 40년간 도령마루라는 지명도 잃어버린 채 4·3의 학살터였단 사실도 점점 잊히게 됐다.
이 곳에서는 66명이 학살됐던 것으로 기록된다. 특히 갓난아이들까지 총살당하며 한 맺힌 이들의 피와 눈물이 섞인 땅이었지만 4·3유적지 순례코스에서도 제외된 채 방치돼왔다.
강정효 민예총 이사장은 “도령마루는 당시 용담, 도두, 연동, 오라 4개 마을 접경 지역으로 수시로 주민학살이 이뤄져 왔던 곳인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해원상생굿을 통해 도령마루의 장소성을 알리고, 이 일대가 근린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인데 4·3의 역사를 함께 알릴 수 있는 장소로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굿은 제주큰굿보존회 서순실 심방이 집전한 가운데 억울하게 숨진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시왕맞이 초감제’를 시작으로 ‘도령마루의 까마귀’를 쓴 현기영 작가의 이야기, 박연술 춤꾼의 살풀이, 서천꽃밭 질치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현기영 작가는 “한 맺힌 피가 땅에 스며들면, 10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며 “도령마루의 이름을 되찾고, 학살당한 이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고 대한민국의 역사에 알리는 것이 바로 ‘진혼(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어 고이 잠들게 함)’의 참다운 의미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예총은 도령마루 일대 공유지에 원혼을 위로하고 나쁜 기운을 막는 의미를 지닌 방사탑을 세웠다. 방사탑 앞에는 문규현 신부가 서각한 ‘학살의 기억은 묻히고 이름마저 빼앗긴 도령마루’란 안내판이 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