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펴는 보톡스로 만성 편두통 치료를?
주름 펴는 보톡스로 만성 편두통 치료를?
  • 제주신보
  • 승인 201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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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원 신경과 고근혁 과장
한국병원 고근혁 과장
한국병원 고근혁 과장

만성두통으로 내원한 환자분께 보톡스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씀 드리면, 보톡스는 주름 펴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 하는 분이 많습니다. 보톡스가 미국 FDA에서 유일하게 만성 편두통 예방치료제로 승인한 약물이고, 미국신경과학회에서도 권고한다는 것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톡스는 미국의 한 제약사에서 보툴리눔 독소로 만든 약제의 상품명입니다. 국내·외 제약사에서 여러 이름으로 출시됐지만 보톡스가 보툴리눔 독소를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여겨집니다. 보툴리눔 독소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0년 전이지만 의학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89년 사시 및 눈꺼풀연축 치료에 FDA승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사경 등 근긴장 이상과 관련된 치료에 사용됐고, 우연히 주름이 사라지는 효과를 발견하면서 2002년에는 미용 목적으로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 겨드랑이 다한증, 과민성 방광 등 다양한 질환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며 편두통 치료제로의 FDA 승인은 2010년에 이루어졌습니다.

편두통은 중증도 이상의 두통과 구역, 구토, 식욕부진 등의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며, 머리의 한쪽 또는 양쪽이 욱신거리면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이 특징인데요. 국내 여성인구의 약 10%, 남성인구의 약 3%가 편두통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편두통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지나치게 일반진통제에만 의존한 나머지 약물 남용으로 인한 만성 두통(약물과용두통, medication overuse headache)까지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두통을 줄이기 위해 먹는 진통제가 새로운 두통을 또 다시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적절한 약물과 치료로 편두통의 빈도와 증상을 충분히 호전시킬 수 있으며, 보톡스 주사도 그 치료 옵션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마, 옆머리, 뒷머리, 어깨 등의 피부 근육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치료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보톡스를 말초에 주입함으로써 편두통의 중요한 기전인 삼차신경절의 활동성과 중추감작을 감소시키고 이에 따라 통증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억제돼 두통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실제 1400명에 가까운 편두통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PREEMPT study) 56주 후, 보톡스를 투여 받은 환자의 약 70%에서 편두통 발생일수가 50%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보톡스는 주사를 맞고 효과가 3개월 정도 유지되므로 약을 매일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약복용을 꺼려하는 환자, 약 부작용이 많은 환자, 약물치료에 잘 낫지 않는 환자들은 보톡스 치료를 시도해볼만 합니다.

의학의 발전과 꾸준한 연구로 주름 펴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보톡스가 편두통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두통에는 약이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참거나 진통제로 버티지 마시고, 평소에 머리가 자주 아프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