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한
망자의 한
  • 제주신보
  • 승인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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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영혼이 새로움을 택할 때 어떤 조건을 택할지는 순전히 자유의지이다. 사후세계에서 분명하게 어제 일같이 느껴지나 태어남과 동시에 머리에서 지워진다. 간혹 잠재의식에서 일부를 기억하기도 하며 깊은 명상을 통해서 고개 끄덕이는 순간을 볼 수 있다. 가족의 구성원은 필요로 의한 만남이며 남편이었다가 애인으로, 삼촌이었다가 친구가 되어준다. 한때 좋아졌다 싫어짐은 필연이며 혹시 하는 기대는 바람에 실어야 한다. 미련은 슬픔을 남기며 땅을 치는 후회는 자기 성장의 방해꾼이 될 뿐이다. 아니다 싶은 것에 이별 인사에 주저함이 없어야한다. 한 식구였다가 어떤 이유든 죽음을 맞이했다면, 살아있는 이들과 관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의문점이나 안타까움에 대화를 통해 사실 그대로를 전해준다. 생전에 풀지 못한 오해나 미안함, 가슴에 남아있는 응어리는 진정한 사과로 부터 시작되어야한다.

자주 드나들던 가게의 주인은 일찍 홀로 되어 두 아들을 키우고 풍족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칭찬을 받으며 열심히 땀 흘리는 모습으로 귀감이 되어준다. 시장이라는 거친 환경에서도 항시 살갑게 맞는 손님 응대로 금세 친구나 단골로 만들어 부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 남자를 알아 진지하게 사귄단다. 얼굴에 웃음을 지어내며 행복을 알거 같다는 말에 굳이 뭐라 못하는 처지라 매사 조심하라는 당부만 해드렸다. 그런데 막상 동거는 불행의 씨를 뿌리고 말았다. 변변한 직업조차 없이 백수로 부인의 지갑을 축내더니 나쁜 습관 도박으로 본격적인 의도를 들어내며 욕설까지 서슴지 않고 바람까지 피워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에서 편법으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어디로 간줄 모르게 종적을 감추었다. 졸지에 길에 쫓겨나야하는 신세에 수치심으로 모질게도 목숨을 끊어냈다. 평소 친분에 장례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 마무리를 하고 가족과 의견조절을 통해 그래도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 곁으로 모셔야 도리가 아니겠냐 해서 납골당에 함께 안치를 해드렸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걸려온 전화는 형제가 신기하게도 같은 꿈을 꾸었는데 어머니께서 지금 당장 유골을 꺼내 산에 뿌리라며 성회시란다. 염치없는 짓을 했다며 애원을 하니 그리해야겠단다. 달리 방법이 없어 찬성을 하고 명복을 빌어주었다.

한때 잘못 치룬 대가로는 너무 큰 상처를 남기었다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들리는 소문은 돈을 훔쳐간 장본인은 시름시름 앓다가 저수지에 몸을 던져 연고조차 없는 최후를 맞이하였단다. 이기심이 만든 쓸쓸함이다. 내일이 아닌 지금 나를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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