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하려고 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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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얼마 전 학교에서 넘어졌다. 차 뒤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 돌아서서 나오는데, 주차장에 설치된 쇠로 된 긴 후진가람막대를 보지 못하고 걸려 앞으로 꺼꾸러졌다.

순간 ‘자연스럽게 굴러야한다. 구르지 않으면 팔이 부러진다.’는 생각이 들어, 땅을 짚은 손에서 힘을 빼고 몸을 굴렸다. 옷을 떨고 일어나 몸을 살펴보니, 팔은 약간 시렸지만 다른 곳은 무사했다.

온종일 스스로를 칭찬하였다. ‘잘했어. 넘어지지 않겠다고 버텼으면 팔이 부러졌을 거야….’

그날은 출근 전에 역기와 실내자전거 등으로 몸을 풀었던지라 더욱 자연스럽게 구룰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 항상 준비하면서 살아야 해….’

꽤 오래전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 마지막 날 산소통을 메고 바다 속에 들어갔다가 나는 까무러치게 놀랐다. 어느 지점에서 조류를 만났는데, 도저히 그 조류를 거스를 수가 없었고, 이리저리 바동거리다 조류를 따라 나도 함께 흐르고 나서야, 가까스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자연 앞에서 무력한 인간을 깨닫고 두려웠다.

제주대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테니스를 배웠다. 대학시절에는 역기를 들었고 그 즈음에는 수영을 하면서 팔 힘을 길러서인지는 모르나, 공이 좀 셌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안대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확도는 떨어져, 네트에 걸리든지, 아니면 저 먼 곳까지 홈런을 쳐서 자멸하고는 하였으니, 승부에 무슨 도움이 되었겠는가? 공이 세다는 이유로 홀로 좋아했을 뿐이다. 진정으로 잘하고 싶었다면, 몸에서 힘을 뺏어야했다. 제 수준도 모르고, 그저 욕심만 가득해서 세게만 쳤을 뿐, 스스로 게임을 망쳐버렸던 것이다.

나는 석사논문에서, 중국의 유명한 언어학자의 책에 잘못 기술된 것을 찾아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것 때문에 지금도 나의 박사논문이 오히려 석사논문의 아류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당시 논문발표장에는 지도교수님과 지금까지 언어학계에 큰 업적을 쌓고 있는 조선족학자 등이 계셨는데, 그분들의 극찬을 받으며, 마치 순간적으로 세계적인 학자라도 된 양 까불거리기도 했다. ‘뭘 안다고, 이제 겨우 걸음마나 뗀 주제에….’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에 부끄럽다.

교수된 자로, 나이 들도록 사람을 속여 땅장사나 하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자리나 탐하며, 아는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무슨 자리를 지냈다고 학자연하는 자를 가까이해서일까? 젊은 사람이 한 편도 없는 그런 자보다 논문을 많이 썼다고 까분다. 오직 학문에 뜻을 두고 숱한 세월동안 책을 보았다면, 지낸 세월이 얼만데, 아무려면 그런 자보다 못할까?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없으면 꾸며서라도 거만하게 굴고, 조그만 가져도 과신하며, 혼자 바동거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일을 망친다.

모르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널리 지혜를 구하면 될 터인데, 제 편에게만 묻고, 제 편하고만 일을 도모한다.

종기라도 빨아주듯 아부하는 자들의 일은 옳다고 하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의 일은 갖가지 핑계로 방해하면서, 일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그런 자들의 미래에, 오욕의 처지에 있는 전임자가 겹쳐 보인다.

한때 지지를 얻었다고 언제나 지지할 것이라는 오만한 마음을 가지면, 이전 사람의 길을 걷게 된다. ‘설마 내가?’라고 생각하는가?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 억지로 하려고 들지 말라. 거대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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