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시절 방과 후 영어 강의 해줘…30만원 전액 기탁키로
“50여 년 전 ‘지각 과외비’를 이제야 선생님께 보내드립니다.”
고성휴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장(전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최근 뜻밖의 감사 서한을 전달받았다. 지난 19일 서울에 거주하다 제주에 온 지 5개월 정도 밖에 안됐다는 한 부부를 통해서다. 이 부부는 고 회장의 50여 년 전 제자이자 자신들의 지인인 김은실씨의 감사 서한과 30만원을 들고 고 회장을 찾아왔다.
김씨는 50여 년 전 어려웠던 시절 고 회장으로부터 학교를 마친 후 특별 영어 강습을 받았다. 고 회장은 당시 제자였던 김씨가 영어 과목을 유독 어려워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방과후 교육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씨는 아시아 개발 은행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외국생활을 하면서도 물심양면으로 자신의 공부를 도왔던 옛 스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수십년이 지나도 잊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학교 등에 스승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지만 학교 측은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보내왔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을 통해 스승이 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김씨는 감사 편지와 함께 과외비를 제주에 거주하는 부부 지인을 통해 보내왔다.
김씨는 편지에서 “그동안 외국생활을 하다보니 이제야 인터넷을 통해 선생님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라면서 “지인을 통해 선생님께 감사 편지와 과외비를 보내드립니다. 제주도에 내려갈 기회가 생기면 꼭 찾아 뵙겠습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고 회장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 데 50여 년 전 제자로부터 감사의 서한을 받으니 왈칵 눈물이 나더라”라며 “오랜 기간 저를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을 간직했다는 데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 회장은 특히 다음 달 7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를 찾아 제자로부터 받은 30만원을 전액 기탁할 예정이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