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으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도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운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들은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구매하기가 어려워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상태다.
1일 오전 10시 제주시 오라동 한 골목길에서 만난 박모씨(59)가 신축 건물 앞에 버려진 폐골판지를 손수레에 담고 있었다.
박씨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집을 나서 폐지를 줍지만, 제주지역 폐지 가격이 1㎏당 폐박스 60원, 폐종이·책 80원 등으로 낮아 하루 종일 일해도 벌이가 2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이 때문에 박씨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에도 미세먼지 흡입 방지 마스크를 쓰지도 않은 채 폐지를 주워야 했다.
제주지역 약국에서 미세먼지 마스크의 가격은 보통 2000~3000원 정도로, 하루 벌이가 1만원 안팎인 박씨에게는 사치품일 수밖에 없다.
박모씨(59)는 “폐지를 하루 종일 줍다보면 목이 칼칼할 때가 많고, 주변에서도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쓰라며 걱정한다”면서 “하지만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입장에서 2000원짜리 미세먼지 마스크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시 노형동 한 골목길에서 방진 기능이 없는 마스크를 쓰고 폐지를 줍던 김모씨(76)는 “무료로 받은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를 여러 차례 재사용했지만, 새로 구매하기에는 내 형편상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제주시지역 한 고물상 관계자는 “트럭을 이용해 대규모로 폐지를 수거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손수레를 이용해 폐지를 줍는 사람들의 수입은 겨우 1~2만원에 불과하다”며 “대다수가 노인인데다가 미세먼지에 노출돼 있어도 마스크조차 사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