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령마루
도령마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오영호 시조시인

도령마루는 연동과 공항 입구인 제주시 7호 광장 일대를 말한다. ‘70년 대 초 해태상이 자리하면서 해태동산으로 불러왔다. 1950~60년 대 연동이나 노형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이 도령마루 앞을 지나가야 했다. 소나무와 덤불숲으로 보이는 이곳에 다다르면 왠지 머리끝이 섰다. 그래서 잰 걸음이나 뛰어서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학살된 곳이라는 말을 듣고는 더욱 겁이 났다.

매년 4월이면 제주큰굿보존회는 4·3 때 돌아가신 원혼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다랑쉬, 북촌리, 화북 곤을동 등에서 해원상생굿을 해오고 있다. 올 해는 열일곱 번째로 도령마루다. 해원상생굿은 현재의 문화예술의 전통적 연희인 굿을 빌려 죽은 자의 한을 풀어주는 본풀이를 하는 것이다. 사자를 위해 굿을 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산 사람들을 위한 굿이기도 하다. 그래서 굿을 통해 조금이라도 슬픔과 한을 털고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리라.

초감제가 끝나자 현기영 작가와 강덕환 시인이 단편소설 도령마루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현 선생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작고한 현용준(전 제대 교수) 선생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썼다고 했다. 내용은 4·3 때 도령마루에서 일어난 주민 학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 선생은 여기는 66명의 피가 스며든 땅입니다. 인간은 흙 위에서 어정거리다 죽으면 땅으로 돌아갑니다. 때문에 흙과 인간은 같습니다. 해원이 잘 안되면 피는 썩지 않습니다. 억울한 혼은 잘 달래줘야 합니다. 그래야 해코지를 안 합니다. 진정한 진혼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빨간 누명을 쓰고 돌아가신 억울한 분들의 바르게 정명(正名) 될 때 이루어질 것입니다.’ 라고 했다.

이어서 고희범 제주시장이 단상에 섰다. 해태동산이란 이름에서 옛 이름 도령마루로 바꿔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현기영 선생의 건의로 이 일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특정 업체의 광고를 위한 이름이 아닌 고유의 우리말 명칭을 되찾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이곳은 4·3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 참극을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유적지로써의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4·3 유족부인회에서 마련한 주먹밥과 찐 감자, 삶은 달걀을 점심으로 먹었다. 울컥울컥 솟아나는 짠 눈물을 섞어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