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시대에 뜨는 스몰 데이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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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논설위원

요즘 너 나 할 것 없이 ‘빅 데이터’ 시대라고 말한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현존하는 인터넷 데이터의 90%는 최근 3년 동안에 만들어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빅 데이터를 이용한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속도를 사람의 두뇌가 따라잡지 못하는 데 있다. 사람의 두뇌는 정보 처리능력이 예나 지금이나 한계가 있다. 사람의 두뇌는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다 평가하고 기억할 만큼 완벽하지 못하다. 이 점에 주목한 허버트 사이먼은 사람의 정보처리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하였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의 ‘제한된 합리성’은 21세기 빅 데이터 시대에도 여전히 작동한다.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소수 정보를 추릴 수 있어야 한다.

1970년대 아랍과 이스라엘 간에 중동 전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군대의 고위 장성들은 커다란 테이블과 숫자가 빼곡히 적힌 대형 상황판이 아니라 작은 석판을 앞에 두고 회의를 하였다. 온갖 수치와 도표로 가득한 대형 상황판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흘러넘친다. 수많은 정보를 모두 회의 안건으로 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회의 결과도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작은 석판은 위에 올릴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이스라엘 고위 장성들은 지엽적인 정보가 아니라 군사작전에 핵심적인 중요한 정보만 작은 석판에 올려놓고 작전을 짰다. 결과는 이스라엘의 승리였다.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져도 가치 있는 데이터를 추리고 전략을 짜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나 엘리트 코스를 밟고 나중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가 대공황에도 재산을 잃지 않고 지켜낸 덕이 컸다. 조지프 케네디는 미국 뉴욕 월가에서 금융업에 종사하여 부자가 되었다. 1926년에서 대공황이 있었던 1928년까지는 주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기였다. 어느 날 조지프 케네디는 구두닦이 소년에게 구두를 닦았다. 구두닦이 소년은 조지프 케네디에게 주식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조지프 케네디는 평소 주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구두닦이 소년까지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가질 정도이면 주식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자기가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아버렸다. 얼마 후 미국은 대공황을 맞았고 주가가 폭락했다. 구두닦이 소년이 보낸 ‘스몰 데이터’를 정확하게 해석한 조지프 케네디는 대공황의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알아내는 경우는 확실한 사실에 기초하여 논리적으로 추론을 할 때이다.

전문가들은 빅 데이터의 시대가 왔다고 쉴 새 없이 떠든다. 컴퓨터가 수십억 개의 자료점들을 훑어서 맨 눈으로는 찾지 못하는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는 시대다. 하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우리의 생활은 ‘사소한 데이터’로 가득하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문자메시지 소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의 소리는 얼른 열어보길 재촉한다. 읽기를 강요하는 이메일과 걸려오는 전화통화 속에서 정작 가치 있는 중요한 일에는 소홀한 것이 아닐까. 유한한 시간 속에서 모든 정보를 다 처리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속에서 가치 있는 소수의 정보를 추리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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