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 푼 미움
못 다 푼 미움
  • 제주신보
  • 승인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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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피할 수 없기에 받아들임을 택하는 것이 죽음이다. 천수를 누리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에도 차별이나 예외가 없다. 실제 경험이나 체험을 통해 사후가 이렇다 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과학적인 근거나 각자의 의견 차이는 숙제로 남겨야 한다.

윤택한 삶을 누리다가 거의 같은 시기에 돌아가신 부모에게 명복을 빌어주고 싶다며 방문한 분은 처음이지만 이웃처럼 느껴져 허락을 해주었다. 자매가 지극정성이어서 그런지 깨끗한 외모, 단정한 차림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이제는 아무 걱정 없이 지내라며 기쁜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큰 손주는 공부를 잘하고 반듯하니 사회에서도 인정받을 거고 가르치는 직업을 택해보고 작은 손녀는 야무지고 당차니 나라의 일꾼이 되길 바란다는 당부에 훈훈한 마무리를 하려는데 자신들이 손님을 모시고 왔는데 차마 모른척할 수 없어 동행했다며 어서 오라는 고갯짓에 불안한 표정의 할머니가 나타났다. 난감한 상황을 맞은 듯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하기에 곧 다시 모실 테니 잠시 계시다가 만나자 하니 아이처럼 기뻐했다. 서둘러 배웅을 하고 나서 이왕지사 오셨으니 사연을 들어 보자 하니 가정사라 민망하지만 깨우침을 주고 싶다며 꼭 전해달란다. 생전에 남매를 두었는데 한눈 한번 안 팔고 억척으로 뒷바라지를 해 대학은 물론 외국 유학까지 시켜 박사과정까지 마치게 해 주었단다. 고생한 보람을 바란 적은 없으나 언젠가부터 무시하기 일쑤이고 불쑥 찾아와서는 돈을 달라 은행에 보증을 서 달라 해서 마지못해 응하면 감감무소식이요 심지어 결혼할 때는 아끼고 있던 논과 밭까지 처분해 거처를 마련해줬으나 어디에 사는지 조차 알려주지 않아 남남처럼 지내다가 말년에는 남편은 화병으로 자신은 심장마비로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단다. 장례조차 며칠이 지난 후에 이웃의 발견으로 치를 수 있었단다. 각박한 현실이다.

다음날 아침이 지날 무렵 화사한 차림의 여인네는 요란한 등장에 태도 자체도 밉상이다. 잘되던 학원이 갑작스럽게 안 된다며 팔고 싶단다. 물론 손해 보기 싫으니 비싸게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물음이다. 대답 대신에 어제를 되새겨주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죄송하다며 등을 보이고 돌아서는 데 늦지 않았다고 마음의 빚을 갚으라는 위안을 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