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
졸혼
  • 제주신보
  • 승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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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타고 나온 운명은 존재할까? 선택하지 못하고 이미 정해져 있다면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이런 의문점은 공통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이 가상세계가 만든 허상이라면, 즉 영혼들이 학습을 위해 잠시 잠깐 머물다가 원래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면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더 해봐야 한다.

살아가면서 매 순간 선택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며 작은 차이의 시작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아니다 싶은 것에 미련을 지워내는 새로움을 택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심은 방해꾼이요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 얼굴이라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주할 기회가 있어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다가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막연지기가 아니고 스쳐왔던 인연이라 망설여졌지만 무슨 이유인지 알려달라는 간절함에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남편과의 문제이고 어울리지 않는 잘못된 조합입니다. 즉 궁합이 나쁘다는 결론을 내어주었다. 덧붙여 결혼 생활을 어찌 해왔는지 마음고생이 심했겠다고 외람되지만 자녀분들이 장성했다면 헤어짐의 수순이 아니어도 당분간 별거를 해보라 권했다. 본인의 불행뿐 아니라 상대의 입장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바깥분의 사업도 뭔가 이루어지다가 제풀에 꺾이고 다됐다 싶어도 갑작스러운 악재로 중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을 거라고 하니 이내 심각한 표정이 되셨다. 그러고는 사실 얼마 전부터 그래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단다.

한 지붕 공간에서 이런 불편한 동거는 언제나 후회의 연속이다. 장사로 할 수 없는 경우이지만 복잡하지 않는 단순함을 가져보자. 우리의 잠재의식이나 본능은 싫다 좋다에 민감하며 거짓과 진짜를 구분한다.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반복되는 일상의 새로움이 필요하다. 남의 눈치에서 자유를 가져야 하며 주인 의식이 필요하다. 억지 강요나 당연한 희생이 마땅하다는 어리석음은 쓰라린 실패를 남길 수 있다.

그 후의 모습은 보는 사람도 즐거운 모습이다. 미처 마치지 못한 공부에 재미가 붙었고 어릴 적 막연했던 꿈의 날개를 펼치는 중이란다. 부부간 서먹했던 분위기도 이제는 오랜 친구처럼 편해졌고 가끔 만나서 차를 마시면 연애하는 기분이라 나쁘지 않단다. 이들에게 차후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