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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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마당 있는 집을 꿈꾸다 드디어 작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고 처음 맞이한 5월이다. 봄이 되자 마음속으로 그리던 꽃밭을 만들 생각으로 꽃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어떤 나무는 꽃을 피울 시기에 꽃 봉우리는 맺었지만 피지 못하고 시들시들하더니 꽃이 지고 말았고, 어떤 나무는 때가 아닌데 힘겹게 꽃을 피우고는 이내 지고 말았다. 두어 그루는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말라버리기도 하였으니 꽃나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이든가 보다. 그리고 나무를 심으면서 비로소 나무마다 관리법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물을 싫어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물을 좋아하는 나무, 햇빛을 많이 좋아하는 나무와 그늘을 좋아하는 나무가 있어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랑해야 함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작은 마당이지만 그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참 많다. 새벽이면 마당에 나가 자연의 향기가 가득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어 참 좋고, 쪼그리고 앉아서 풀을 뽑는 것도, 나무가 살아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마당이라는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 그렸던 꽃밭은 아직도 엉성하기만 하다. 아마도 이삼년은 나무들이 제자리를 잡아 갈 수 있도록 나무의 특성에 맞게 사랑해주며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무엇인가 수고하고 애를 쓰고 나면 그 흔적을 금방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금방 볼 수 있는 결과물도 있지만 기다려야 완성되는 것들이 더 많다. 우리의 삶 자체도 아마도 애쓰고 수고하며 기다리는 것일 것이다. 그 기다림이 잠깐일 때도 있지만 어떤 것은 평생을 기다려야만 되는 것들이 있어서 때로는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한다고 포기되어지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 기다림의 시간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나무가 자리를 잡고 잘 자라 마음속에 그리던 꽃밭이 되길 기다리며 새삼 우리의 삶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얼마나 정성을 쏟으며 만들어 가고 있는지.

마당을 만들 때 어느 자리에 어떤 꽃이 피면 좋을지 생각하며 나무와 꽃을 심어 만들어 가듯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우리의 삶도 만들어져 가는 것이기에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떠오르는 태양이 멋있어서 동쪽을 바라보며 가다가 노을이 아름다워 다시 서쪽으로 향하여 가고 있지나 않은지, 늘 갈지자로 헤매며 살았던 것 같다. 작은 마당에 주변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나무가 있듯이 내 삶에도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나무가 있을 것이다. 아깝지만 나머지는 솎아내야 남은 나무가 잘 자랄 수 있기에 매일 솎아내는 일도 함께 하며 아름답게 가꾸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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