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 농업현장 우선 살펴야
주52시간 근무제, 농업현장 우선 살펴야
  • 제주신보
  • 승인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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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경제부장

주52시간 근무제가 농업현장에 ‘발등의 불’로 다가오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는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을 포함해 1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주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적용됐고, 50~300인 미만 사업자은 내년 1월 1일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주52시간 근무제는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 나누기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감귤 등 특정시기에 막대한 물량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해야 하는 농업현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올해부터 도내 농협 중에서 제주시농협과 제주감협, 제주축협 등 3곳이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고 있고, 내년부터는 농업유통시설(APC·농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과 농산물가공업체 30여 곳과 도축장 등에 적용된다.

문제는 농산물 생산과 유통이 수확철에 따라 계절적으로 일시적으로 집중된다는 점이다. 노지감귤의 경우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하루에 3500t에서 4500t 가량이 집중적으로 처리된다. 감귤거점유통센터가 사실상 24시간 가동체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이 단축되면 실질임금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감귤 출하시기 APC에서 3~4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일을 해 소득을 올렸던 사람들이 임금이 줄면서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정작 일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유통비용 인상도 우려되고, 이는 곧 농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일선 현장에서는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APC 가동이 지체되면 노지감귤 집중 출하기에 선과가 늦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부패과가 발생하는 등의 품질 저하가 야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PC가 물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예전과 같이 작목반 형태의 소형 선과장에서 선과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감귤 유통 선진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설치된 AP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과거로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농가들은 APC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을 상인을 통해 유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로 인해 농협 계통출하 물량이 감소해 수급 조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종국에서는 농가들의 수취가격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APC 운영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주의 생명인 감귤산업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APC뿐만 아니라 농산물가공업체와 도축장에서도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와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일선 농협들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우선 감귤유통시설과 가축도축장, 농산물 가공업을 주52시간 적용 예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식·재배·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은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농업 관련 사업장 등도 여기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허용 대상을 농협 관리 유통시설과 도축시설로 확대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일선 농업현장에서도 주52시간 근무제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합리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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