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당신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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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은 오스카상이 아닌가요?”

“예, 맞아요. 아카데미상이고, 진품이지요. 손에 들고 사진에 담아가세요.”

몇 년 전 미국에서 여성인권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여성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람은 헬렌 켈러이고, 그녀가 남긴 많은 흔적들이 그 곳에 남아있었다. 나는 오스카상을 안고 초등학교시절 그녀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과 세상에 대한 용기가 새삼 솟구침을 느꼈다.

헬렌은 ‘삼중고(三重苦)의 성녀’라고 불린다. 1900년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하여, 세계 최초의 대학교육을 받고, 박사학위를 받은 맹농아자로서 그녀의 노력과 정신력은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다양한 활동으로 ‘빛의 천사’로도 불렸다. 헬렌의 으뜸가는 사명은 시각장애인 복지운동이었지만, 여성참정권을 옹호하고 아동의 노동 반대에 주력하였다. 장애인을 위해 11년 동안 36개국을 방문했고, 1955년에 ‘운명을 이긴 사람들’을 찍어 장편 기록영화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할 때 우리의 삶에, 아니 타인의 삶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나에게 또 한 사람을 생각케 했다. 세계 최고의 존스홉킨스병원 재활의학과 병동에 들어서면 아주 특별한 의사 한명을 만날 수 있다. 휠체어를 타고 병동을 누비는 한국인 의사 이승복이다. 그는 여덟 살 때 미국으로 이민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전미 올림픽 최고 체조 상비군으로 선발됐다. 미시간대 등 10여개의 명문 대학에서 스카우트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18세의 여름날, 그의 인생이 한 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공중회전을 하다 턱을 땅에 박은 것이다. 사지마비라는 청천벽력의 선고를 받았다.

절망의 나날을 보내다, 간호조무사가 건네준 의학책을 읽고 의학에 뜻을 두었다.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명문 다트머스의대를 거쳐, 하바드에서 인턴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마침내 존스홉킨스병원의 재활의학 수석전문의가 된 것이다. 이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그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다.

어둠의 긴 터널을 뚫고 찾아온 생명의 시간에 잠시 그의 말을 기억하자. “나를 지금 이곳에 있게 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그 것은 꿈과 목표, 그리고 사랑이었다. 사랑이 없으면 꿈이 있을 수 없다. 꿈이 없으면 목표도 있을 수 없다.”

<이영운 제주도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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