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정밀진단 용역 중단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홍수 예방을 위해 설치한 저류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장맛비가 쏟아진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빗물이 도로에 쏟아지면서 노선버스가 되돌아가고 인근 공동주택 진입로는 침수됐다.
서귀포시는 이 일대 천미천 지류에서 상습 침수피해가 발생하자 49억원을 들여 지난해 달산봉 저류지(12만8000㎥)를 설치했다. 그러나 도로가 범람하는 가운데도 저류지는 바닥을 드러내 홍수 조절 기능을 상실했다.
태풍의 내습을 앞두고 수 십억에서 수 백억원이 투입된 도내 일부 저류지에 빗물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지만 원인 규명과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귀포시는 달산봉 저류지와 연결된 빗물 통로인 배수로가 중간 중간에 끊겨 물이 유입되지 않음에 따라 최근 터파기를 하고 콘크리트 박스를 설치하는 임시 배수로를 설치했다. 이어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배수로 연결 및 확장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제주시 오등동에 42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한천저류지도 빗물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내습 시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차량 파손과 주택·농경지가 침수로 249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한천저류지 1·2구역은 만수가 됐지만 17만㎥의 저수용량을 갖춘 3·4구역에는 텅 빈 모습을 보여 설계 오류 및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시는 배수구멍을 통해 저류지 3·4구역에도 물이 들어찼다가 금방 사라짐에 따라, 이 구역에 지하로 곧바로 물이 빠지는 숨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제주시는 원인 규명을 위해 도심 하천 시설물과 저류지 14곳에 대해 2017년 17억원을 들여 정밀진단 용역에 착수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지난해 8월부터 전국 하천유역에서 홍수량 산정의 표준 지침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실시하면서 제주시가 발주한 용역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14곳에 설치된 저류지는 앞으로 100년 동안에 닥칠 최고 강수빈도(1일 500㎜)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된 만큼 빗물이 유입되지 않는 저류지는 정밀진단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