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 무역 분쟁으로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본산 불매운동이 특수 산업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으로 농업과 관련해서는 일본산 농자재 구매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전국화의 조짐이 예상된다. 이러한 요즘 한일 무역 분쟁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식량 안보 및 종자 국산화에 대한 고민을 해본다.
제주의 농업을 보면 감귤산업을 위시로 월동채소인 무, 양배추, 양파, 당근 등이 주요 작물로 재배되고 있다. 제주의 농업 현장에서 작목별로 재배되는 품종을 보면 외국산, 특히 일본 종자의 비중이 큼을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 농업기술원을 통해 감귤을 비롯한 마늘, 양파, 브로콜리 등 국내품종 육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행정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품종 육성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과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농업인들도 외국산 종자가 좋다는 사고를 접고 국산종자 활용을 높여 국내종자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내는 데 일조해야 한다.
지금 시대는 개별 국가의 정치·경제적 이익 때문에 자유 무역의 원칙이 언제든지 어긋날 수 있다. 공산품의 국산화만큼 어려운 것이 농산물의 국산화다. 우리가 반도체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기 위해 들이는 작금의 노력과 관심의 1%라도 종자 국산화하는 데 힘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일 무역 분쟁을 지나가는 시비 거리로 넘기지 말고 식량 안보와 농업기술·종자 국산화의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성돈, 제주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