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제주, 동굴 관리 이래서야
세계자연유산 제주, 동굴 관리 이래서야
  • 고동수 기자
  • 승인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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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말해주듯 제주는 천연 동굴의 보고(寶庫)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굴만 14곳에 이른다. 지질 등을 연구하는 데 학술 가치가 있어서다. 여기에 문화재로는 지정되지 않았지만, 보존이 필요한 비지정 동굴도 146곳에 달한다.

하지만 동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비지정 동굴이다. 비지정이란 이유로 홀대받는다는 인상이 들 정도로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하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천연기념물 동굴과는 완전 딴판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 소재한 ‘초기왓굴’의 상황을 보면 전체적인 동굴 관리에 대한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이곳은 민간에 의해 20년 넘게 젓갈 숙성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가치가 떨어지는 동굴도 아니다. 등급 평가에서 ‘다’급일 정도로 문화재로서 보존할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도 동굴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민원까지 접수된 것을 보면 주변에서도 “이것은 아니다”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행정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해당 업체에 원상 복귀 명령을 내렸지만, 대체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그대로 있어서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신세로 전락한 것은 누가 봐도 부끄러운 일이다. 자연학습 장소 등으로 활용돼야 제격이라고 본다. 행정은 다른 동굴의 상황도 조사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도공이 빚은 명품 도자기라고 해도 요강 단지로 쓰이면, 요강 단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무엇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매겨진다는 말이다. 이는 도내 동굴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본다. 동굴은 오랜 세월 제주의 자연이 빚은 걸작 중의 걸작이다. 그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