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의 성패는 성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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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인사는 만사(萬事)가 되기도 하고 망사(亡事)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용인술(用人術)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이다.

중국 공자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춘추 시기 정나라의 재상 자산. 약소국을 강소국으로 이끈 그의 ‘인사 일화’는 후세에도 교훈을 남기고 있다.

당시 권력가였던 자피가 총애하는 신하 윤하에게 지방 수령을 맡기려 하자 자산이 이를 말렸다.

자산은 “너무 어려 아직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자피가 “성실한 사람이고, 배우게 하면 어떻게 다스리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자산은 “칼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고기를 베어 오라는 것과 같다. 당신이 좋은 비단을 갖고 있으면 결코 마름질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비단을 주어 마름질 연습을 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피는 자산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자산은 유능한 인재를 선택해 그 능력을 활용하는 택능사지(擇能使之)를 중시했다. 그는 평소 “관리는 배운 다음에 비로소 관직에 나온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 관직을 맡고 일과 학문을 배운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철저한 준비 자세를 강조했다.

이 같은 자산의 인사 철학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되새겨야 할 가치로도 충분하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끄는 원희룡 지사도 택능사지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민 다수가 원 지사의 인사 스타일에 공감하고 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원 지사는 지난해 민선 7기 재입성 후 선거공신들을 도청 내 개방형 직위 또는 계약직, 제주연구원 행정직에 재임용했다.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도 교체했다.

올해도 지난 3월 제주도 경제통상진흥원장, 4월 제주관광공사 상임이사, 6월 제주도개발공사 상임감사와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장, 7월 고위직인 특별보좌관을 잇따라 임명했다.

업무의 전문성과 능력을 평가해 임용했다지만 선거캠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사가 적지 않고, 원 지사의 미래 행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인사의 성패는 이들이 고액 연봉에 걸맞은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일만 잘한다면 출신성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대상자에 따라 도민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는 게 현실이다.

원 지사는 앞으로 민선 6기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임기 연장 또는 후임자 인선을 해야 할 상황이다.

오는 10월 제주테크노파크 원장, 내년 4월 제주도개발공사 사장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내년 10월 제주관광공사 사장 인선을 앞두고 있다.

또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은 오는 12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내년 1월,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지방공기업 대상 2018년도 경영 실적 평가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제주의 경우 5단계 등급 중 최상위인 ‘가’(전국 15.2%)는 없고, 제주에너지공사는 ‘나’(24.4%),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개발공사는 ‘다’(50.7%)를 받았다.

제주도가 해마다 발표하는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도 공개되는데 지난해의 경우 제주테크노파크 등 7곳이 ‘나’, 제주연구원 등 4곳이 ‘다’로 평가됐다.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기관별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인사 문제를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 이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임기 동안 밥값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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