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서
가을 문턱에서
  • 제주신보
  • 승인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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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보통 6월 하순에서 8월 중순까지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를 장마라 한다. 여름 직전 한반도 근처에서 생겨나는 독특한 기상 현상이다. 습기 많은 정체전선이 한 달여를 머물면서 자주 비가 오게 되는데 이게 장마다.

여름장마 뺨치게 더 드센 게 ‘가을장마’다. 9월 전후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바람과 충돌해 밀고 밀리며 한바탕 유혈상처를 남긴다. 기상용어는 아니지만 ‘2차 장마’라고도 한다.

1984년 8월 말 중부지방에 물폭탄을 쏟아부어 홍수 피해를 가져온 가을장마가 그랬다. 인명 피해만 186명에 이재민은 부지기수였다. ‘고려사’에도 1026년 가을장마로 민가 80여 호가 떠내려 갔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미뤄 예부터 그 피해가 이어졌던 모양이다.

▲제대로 해를 본 지가 언제인가 싶다. 가을장마가 유난히 심술을 부리고 있다. 제주지역은 지난 8월 한달간 비 온 날만 20일이다. 이달 들어서도 1일부터 비가 시작돼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하면서 주말까지 이어진다는 예보다. 여름장마를 뺨칠 정도다.

가을장마는 매해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폭우로 농작물에 해를 입히는 게 문제다. 올해 경우가 딱 그 짝이다. 가을장마로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마늘 등 농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파종시기를 놓치거나 생육불량을 피할 수 없어 일년농사를 망칠까봐서다.

게다가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침수피해가 잇따르는 것도 근심거리다. 2일과 4일만 해도 동부지역은 시간당 100㎜ 안팎의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차량이 고립되거나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그야말로 추석을 앞둬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덥다고 아우성치며 열대야를 원망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긴 비로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장맛비로 흉작이 되면 농민들의 피해는 물론 날씨가 생계를 좌우하는 서민들의 생계 부담도 무거워지게 마련이다.

설상가상으로 7일쯤엔 제13호 태풍 ‘링링’이 제주를 거쳐 우리나라를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시간당 50㎜ 이상 폭우와 초속 30∼40m 이상의 강한 바람이 예고돼 이 또한 걱정이다.

감귤 등 출하를 앞둔 농민의 근심이 클 것이다. 도민들도 주변 배수로 등 시설물을 미리 점검해 피해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자연의 위력 앞에 가슴을 졸여야 하는 게 인간이지만 큰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